반쪽짜리 이야기(1) : 숙성

by 방재원

결국은 사람이 마음에 안 드는 거였다.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 일했었는데, 사람이 별로고 일하는 것도 마뜩지 않아서 더 이상 기회를 주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업무 역량과 확장성, 그리고 급여 수준까지 어떤 말로 포장해도 내가 나를 속일 수는 없다.


그분의 입장에 서면 마음이 끝도 없이 복잡해진다. 그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부모님 건강은 어떠신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데 이런 결정은 가혹할 수밖에 없다. 가슴에 철갑을 채우고 눈덮개를 쓴 경주마처럼 한 방향만 보지 않는 이상 또다시 흐지부지 되고 말 것이다. 이번에는... 말해야 한다.


내 결정이 객관적인지, 개인적인 감정에 치우친 건 아닌지 조언이 필요했다. 아니, 어차피 마음속으로는 결심을 굳혔으니 확증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른 아침,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고참급 동료 직원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했지만 이런 방법이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암묵적으로 지켜져 왔던 조직 내의 심리적 연결감이 깨질 것에 대해 우려했다. 나 또한 그 부분이 가장 염려되어 지금껏 미루어 왔다. 이제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아니, 늦추고 싶지 않다는 표현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마음이 떠 다니는 걸 붙잡을 도리가 없다. 6개월 만에 다시 잡은 채. 돌덩이 같은 마음을 덜어내고 싶어 되지도 않는 스윙을 연거푸 한다. 사방으로 날아가는 공에 근심 한 자락 실어 보내려는 얄팍한 마음을 스스로 알기에 미친 듯이 채만 휘두를 뿐이다. 치기 어린 짓거리라는 걸 알지만 이렇게라도 부유하는 마음을 다잡지 못하면 또 기회를 놓치게 될까 두렵다.


돌이켜 보면 지난 이년 여는 내 마음을 숙성시키는 시간이었다. 머리로는 이 길이 맞다고 판단했지만 16년간 함께 일했던 기억들을 덜어 내는 데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그저 내 마음을 덤덤하게 다스리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날이 오니 공연히 질질 끌었구나, 좀 더 일찍 그분에게 말씀드렸어야 하는데 부질없는 후회와 상념이 쌓인다. 언제 어느 순간에 얘기를 꺼내더라도 그분에게는 갑작스러울 수밖에 없을 터인데,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리면 안 된다고 주문을 외우며 마음을 무장한다. 갑옷과 투구를 쓴 내가 뻗은 창에 무방비 상태의 그분은 속절없이 찔리게 될 것이다.



이제... 시간이 되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그의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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