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재원님. OO 클럽, 모임장 OOO입니다. 우선 신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이전에 재원님께서 참여하신 다른 모임에 제 지인이 있었는데 들은 얘기가 있어서 다른 클럽에 참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문자를 드리게 돼서 죄송합니다."
"아... 이거 섭섭한대요. 모임장님께서 쓰신 글을 읽고 감동을 받아서 클럽을 여신 다면 무조건 참여해야지 마음먹고 있었거든요 ㅎㅎ 무슨 말씀을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쪽 입장만 듣고 결정을 하신 게 저로서는 못내 아쉽네요. 모임장님께서 부담스러우시다면 저는 참석할 의사가 전혀 없습니다. 금일 중으로 취소할게요."
"충분히 기분 상하실 수 있는 일인데 좋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다른 모임에서 즐거운 시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그동안 저 때문에 마음고생 많으셨을 것 같은데 훌훌 털어 버리시고 처음 시작하시는 모임 잘 이끌어 가시길 응원할게요. 파이팅!"
나는 왜 그때 거절 당한 이유를 묻지 않았을까? 어른스럽게, 또는 쿨하게 보이고 싶었던 걸까? 일 년 전 그 모임에서 내가 어떤 잘못 또는 실수를 했던 걸까? 서걱거리는 부분이 없진 않지만 일 년 전 일이 소환될 만큼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던 걸까? 혹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부분을 같은 모임에 참석했던 누군가 불편해 여겼던 걸까? 그렇다고 해서 큰 마음먹고 신청한 다른 클럽에서 이렇게 거부당하는 게 마땅한가? 나는 왜 분노하지 않는가? 가만히 있으면 내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는 거 아닐까?
모임장에게 거절 메시지를 받고 어떻게든 빨리 수습하고픈 마음뿐이었는데 뒤늦게 모멸감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왔다.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에 속사포처럼 쏟아졌고 원치 않는 반추의 시간으로 나를 몰아갔다. 십만 명이 참여한다는 독서 커뮤니티. 그 속에 100여 개의 클럽이 자리 잡고 있고 그중 한 모임에서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쫓겨나듯 신청 취소 버튼을 눌렀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그날 일을 복기할 수밖에 없었다.
======================================
처음 에세이 모임에 참석해서일까... 평소보다 긴장했고 그만큼 몰입했다. 총 네 번의 모임 중 두 번째 모임 날 무엇 때문인지 홀대받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모임장이 십여 명의 멤버를 상대로 하다 보면 충분히 두루 살피지 못할 수도 있을 텐데 예민한 내 성정을 탓했다. 세 시간 여의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결국 다음 날 오전 산책을 하던 중 모임장님께 톡을 보냈다.
"모임장님, 안녕하세요? 어제 혹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런 거 없는데요."
"하하 네, 알겠습니다."
두세 마디 톡을 주고받고 여전히 무거운 마음을 지우지 못한 채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한 달 후 세 번째 모임 시간이 찾아왔다. 모임장님이 전체 멤버를 대상으로 할 얘기가 있다며 서두를 꺼냈다.
"멤버 분 중에 저에게 개인 톡을 하시는 분이 계신데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 모임을 이끌어갈 뿐 개인적인 대화는 지양합니다."
안 그래도 뒤숭숭한 마음에 일격을 당한 기분이었다. '아... 이 모임에 그만 나와야겠구나.' 모임 시간 내내 표정 관리를 하느라 애써야 했다. 합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모임장님께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 솔직히 사과까지 해야 할 일인지는 지금도 확신이 들지 않지만 적어도 불편한 모양새를 자초한 부분에 대해서는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괜찮아요."
모임장님과 짧은 인사를 뒤로 하고 다음 날, 전체 단톡 방에 개인 사정으로 끝까지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그동안 감사 드린다고 멤버 분들께 인사드리고 작별을 고했다. 그리고 일 년의 시간이 흘렀다.
============================================
언제나 그랬듯 오랜 시간 걸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만 집중하리라 여러 번 다짐했고 다시 한번 나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서 서성이는 나를 지켜보았다. 하늘 아래 어찌 한 점 부끄럼 없을 수 있을까 마는 반 강제된 반추의 물결에도 하나하나 담을 쌓아갔다. 그래, 사정이 있었겠지... 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잘못이나 실수가 있었고 누군가를 불편하게 했었겠지... 굳이 사실을 캐묻고 진흙탕 속에서 같이 뒹굴기보다는 좀 더 신중히 처신하리라 마음을 정리했다. 나 자신을 포함해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고 더 이상 파고드는 게 덧없다는 생각뿐이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 궁금하긴 하다. 굳이 한 가닥 의문마저 벅벅 지우려 애쓰기보다는 그대로 두려고 한다. 언젠가는 이 또한 또 다른 일상의 파도에 밀려 흩어지겠지... 그래, 그럼 그것으로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