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벅저벅 저벅저벅
가을의 끝자락에 하얗게 내려앉은 숲길을 걷는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나를 좇던 발걸음이 하얀 어둠 속에 자취를 감춘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얼어붙은 강바닥 속으로 살아 있는 것들이 침잠한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누군가 남겨둔 눈사람이 손짓하며 반겨준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새빨간 단풍잎 위로 눈송이 하나하나 쌓여간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인적 없는 그 길을 나 홀로 걷는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그렇게 어제와 다르지 않은 또 한 날이 저문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진창이 된 길바닥을 도움 닫아 내딛는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시꺼먼 발자욱이 내 뒤를 바짝 좇는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유유히 흐르는 강 한켠 솟구쳐 오르는 한 마리 물고기.
저벅저벅 저벅저벅
흐물거리는 그에게 나뭇가지 하나 꽂고 인사한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그 길 끝 검붉은 단풍나무를 다시 한번 마주한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붐비는 사람들 사이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어제와 사뭇 다른 오늘을 그렇게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