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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by 둥둥

(유미의 세포들 버전으로)



나는 먼 우주로의 비행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90도로 누운 의자에 바르게 앉아 곧 하늘로 쏘아올려질 비행선에서 안전벨트를 채우고 항해를 시작하려는 순간 다급한 방송이 선내에 울렸다.





- 잠깐 잠깐! 가장 중요한거 챙겼어?

- 그게 뭔데!

- 누군가를 너무 사랑할 때 나오는 가장 순수한 마음 말이야!!!

- 응 챙겼어, 근데 너무 꼭꼭 넣어둬서 찾으려면 한참 걸리니까 그냥 출발해! 아무튼 챙기긴 챙겼어!

- 그래, 있는건 확실한거지?

- 응 확실해!

- 오키. 그럼 출발한다!!! 다들 꽉 잡아!!!!







나는 잠에서 깨고 이런 꿈을 꾼 사실이 퍽 마음에 들었다.

이 꿈이 썩 마음에 들었다.




-





처음엔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그때의 나는 무엇이 그렇게 억울했나 모르겠다.

그러다 마음이 조금 괜찮아졌을땐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썼다. 내게 조금이라도 진심이 담긴 안부를 물어주었던, 그래서 내가 잠시라도 마음을 의지하였던 모든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고통의 시간을 함께 걸어준 당신들에게. 그리고 나에게도.

나중엔 그마저도 유별스러운 마음이 들어 다시 썼다.

아무리 선연한 명명백백도 옮겨지는 순간 픽션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부터는 조심스럽다. 옮기는 매체가 글일 경우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여기에 남은 흔적은 그에 대한 어떠한 감정이나 판단도 아니라는 것을 밝힌다. 다만 그 시간을 지나온 나의 흔적이다. 나를 지킨 당신들의 꿋꿋한 다정에 대한 증언이다.


덜어지는 날이 오더라.

그 날도 이만하면 됐다 싶어 시작했는데

다시보니 하루치 달 만큼

또 다른 날엔 사흘 치 달 만큼

그렇게 계속 덜어지게 되더라.

마침내 아무것도 남지 않게되어도 아무렇지 않은 날이 오더라.

아니 오히려 남은 무언가가 못견뎌지는 날이.




모두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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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꿋꿋한 다정>의 글을 애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곁에서 든든하게 나를 지지해 준 누군가의 다정들을 되새기는 글에 구독자 여러분의 다정이 더해져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냈어요.

서울로 올라와 새롭게 꿈꿔보는 날들에 대한 글로 다음을 기약합니다.

모두 덕분입니다.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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