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이탈자가 되었다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에서는 소속감이 가장 중요했다. 한번 취업하면 조직의 구성원으로 평생을 함께 간다는 생각으로 결속을 다진 세대들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이 부분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GDP와 각종 경제 지표가 이를 증명했다.
IMF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러한 가치관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기업의 연쇄 부도로 인해 대량 실직이 발생했고, 겨우 부도를 면한 회사도 살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수많은 실업자가 한동안 출근길에 출근을 못 하고 공원에 가서 앞날을 걱정했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괜찮아 보였다. 금 모으기 운동이 벌어지고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어 4년 만에 IMF에 모든 차관을 상환하여 위기를 벗어났다. 중간에 닷컴버블 사태가 있었지만, 한국 경제 전반에 크게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이를 축하하듯이 2002년 한일월드컵 공동 개최라는 축제가 일어나고 다시금 전 국민이 결속을 다졌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대되었다. 한국에서도 이를 기점으로 생활 경제가 완전히 침체했다. 각종 물가 인상과 부동산 가격 상승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었다. 대기업은 위험 관리를 위해 민감한 업무를 자회사로 분리해 하도급을 맡기고 안정적으로 수익이 높은 업무 단위만을 핵심으로 가져갔다. 하도급으로 떨어져 나오면 다시 핵심 업무로 발령받는 게 불가능해진다. 사회 구조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가지치기를 당하고, 조직에서 이탈 당했다. 이러다 보니 정규직이 마냥 안정적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는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도중에 성인이 되어 사회로 진입한 세대에게도 영향이 컸다. 부모가 가르치던 가치들이 사회에서 무너지면서, 그 누구도 뭐가 맞다고 확실히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자식들에게 있어 꿈과 희망이어야 할 부모들이 사회, 경제적인 변화로 인해 점점 위축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한 채로 성인이 돼야 했다. 이에 따라 여러 사회, 심리적인 문제가 일어나고 있지만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런 흐름 안에서는 성취와 성공을 계속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다. 오늘 뭔가를 얻어도 조금만 방심하면 그 가치가 낮아진다. 성취의 기쁨은 한순간이고 그걸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 각종 시험, 자격증부터 취업, 승진, 재테크 등등 모든 게 점점 어려워지고 매번 발생하는 경쟁에서 이기는 소수가 아니면 탈락일 뿐이다. 결국 대한민국의 경제, 사회적 흐름이 수많은 이탈자를 양산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