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이라는 치명적인 저항

결국 모두가 해를 입는다

by 이탈자 연대

'이탈’하면 당연하게도 부정적인 느낌이 든다. 뜻이 같은 사람끼리 뭉쳐서 뭔가 해보자고 했더니, 갑자기 저쪽에서 이건 아닌 거 같아서 못 하겠다고 한다. 아무리 회유해 봐도 아닌 건 아닌 거라며 작별을 고하고 떠나버리는 상황이면 뭉친 사람들 모두가 기분이 상한다. 한두 명일 때는 떠나는 사람을 욕하면 그만이다. 근데 계속 그렇게 한두 명씩 떠나더니 남은 사람이 눈에 띄게 적으면 리더 관점에서 난감해지기 시작한다. 사적 모임이면 모임을 중단하면 그만이다. 이게 회사, 기관 혹은 단체라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이때부터는 멈추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영리 조직이든 비영리 단체든 특정 이권을 위해 움직이는 집단에서는 일을 벌였으면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갑자기 진행하던 일을 중단해 버리면 클라이언트가 피해를 보고 각종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다못해 자선 단체도 모금을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불가피하게 중단해야 할 경우 수차례 안내 및 사과 공지를 올린다. 보통은 먼저 낸 대가만큼 보상하고서 일을 종료한다.


이를 각오하고 이제 일을 진행하려고 사람을 채워놨더니 못 하겠다고 떠나는 이탈자가 생긴다. 남은 사람들이 남은 일을 나눠서 해야 한다. 짜증도 나는데, 동시에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지거나 난리가 난다. 이렇듯 무리에서의 이탈은 그 무리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 이렇게만 보면 이탈은 아주 나쁜 행위이고 이탈자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피해만 주는 존재다. 여기까지는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근데 여기서 의문점이 있다. 과연 무리나 집단에 벌이는 모든 일이 올바르고 정당한 일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인간을 성선설과 성악설 중 하나로만 정의할 수 없듯이, 인간이 벌이는 일도 마찬가지다. 모든 일이 이롭다고 볼 수 없다. 불법적인 일을 벌이는 무리도 존재하며,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서 사람을 혹사하는 일명 ‘블랙 기업’도 상당히 많다. 리더 중에 인간성을 잃어서 구성원을 제멋대로 대하는 부류도 뉴스나 커뮤니티에 심심치 않게 나온다. 사람들이 아무리 좋아도 본인과 성향이 달라서 같이 있기가 불편한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탈하는 행위는 생존 본능에 의한 회피에 가깝다.


그렇다고 마음 내키는 대로 이탈 행위를 반복하면 안 되지만, 이탈을 결심하기 전에 그 행동에 대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유가 있다면, 이는 이탈자를 탓하기 전에 그 무리한테도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정당화라는 표현보다는 이탈의 원인이 그 무리에서 시작했다는 뜻에 가깝다.


아쉽게도 이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지 않고 이탈자를 욕하며 모든 책임을 전가해 버리는 게 현실에서 자주 보이는 모습이다. 물론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이탈자가 떠나버린 빈자리가 고통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중요한 점은 떠나는 사람도 남아서 버티는 사람도 모두 다 고통을 받았거나 받거나인 상태에 있다는 사실이다.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던 예전의 나는 이탈 행위의 원인이 사회에만 있다고 생각했다. 세상이 나를 비난하며 말도 안 되는 환경으로만 몰고 있다고 느꼈다. 가는 곳마다 이상한 사람들이 나한테 시비를 걸려고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는 기분이었다. 그 와중에 진짜로 이기적이고 악한 마음으로 나에게 접근하는 인간도 종종 있었지만, 어쩌면 소통의 부재와 오해가 나와 주변인의 심리에 안 좋게 작용한 탓도 분명히 있다.


나 스스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혹은 기준이 어떤 건지, 세상은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하지 못하고 감정의 결에 휩쓸렸다. 아마 당시 사람들은 그런 내 모습이 줏대 없고 변덕스러워서 신뢰감이 팍 떨어지는 사람으로 보였을 거 같다.


아직도 마음 한편에는 가족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대했던 가족과 몇몇 개차반 같았던 인간들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그런 인간들을 둘러싼 수많은 무고한 사람에게까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벽을 쳐서, 이탈자 때문에 남은 짐을 지게 만든 책임에서 내가 100%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을 거 같다. 나야 내 업보로 수많은 사람을 잃은 셈이지만, 그들은 갑자기 옆에 감정이라는 토네이도를 몰고 오는 인간 한 명 때문에 피해를 당했으니 말이다.


이탈이라는 행위를 두고, 행위의 당사자와 영향을 받는 무리 양쪽 다 어느 정도 원인 혹은 책임이 있고, 고통스러운 결과를 감내하게 된다. 사람이라는 기대 혹은 어떤 이에게는 희망일 수도 있었던 게 떠나가고 무너지는 꼴이다. 굳이 누가 가장 큰 잘못을 했고 책임이 큰지 시시비비를 가리려 한다면야 한두 명 혹은 소수의 몇몇 사람에게 거의 모든 잘못이 있는 거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인간이 서로 만나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과정과 흐름 안에서, 과연 어느 사람이 자기만은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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