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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상 Nov 09. 2024

교육청의 불편한 지원 1

- 교사를 옥죄는 것

'엑셀로 보내면 교사들이 조작할 수 있어서 그랬습니다.'


교사의 항의에 담당 장학사가 내뱉은, 교육청 관리들과 교사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말입니다. 도내 모든 학교 학생들이 참여한 교육청 주관 봉사활동이 몇달전에 있었는데 생활기록부 기록을 마감해야 하는 연말이 돼서야 각 학교로 봉사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의 명단을 내려보냈습니다. 봉사 담당교사가 일을 하면서도 교육청의 학생 명단이 너무 늦게 내려왔다고 투덜거립니다. 거기에 담당 장학사가 학교별이 아닌 봉사활동별로 아이들을 정리해서, 그것도 PDF 파일로 보내와 몇 장의 페이지를 왔다 갔다 하며 일일이 우리 학교 아이들을 찾아서 새로 입력하며 정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냥 엑셀파일로 내려보냈으면 각 학교별 교사들이 쉽게 소트 해서 아이들 생기부에 기록해 주기가 용이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입니다. 봉사활동 담당교사는 답답한 마음을 겨우겨우 누르면서 작업을 하다가 못 참겠는지 교육청 담당자에게 항의 전화를 합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어이없게도 교사들이 조작할까 봐 PDF 파일로 보냈다는 것입니다. 가뜩이나 바쁜 교사들을 교육청조차도 배려하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배려는커녕 학교 교사들에 대한 불신(不信)을 전제로 일방적인 유기적 관계(?)를 형성해 나가려고 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상태에서 교사들이 원격 수업에 매진하고 있을 때 한 교육청의 주요 간부가 교사들을 지칭하여 ‘일도 안 하고 월급 받는 직업’으로 묘사를 하는 통에 교사들의 분노를 산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표현을 굳이 쓰려고 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아마 무의식적으로 잠재되어 있었던 생각이 불쑥 튀어나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교육청 관리들이 교사들에 대하여 갖고 있는 마인드가 문제일 것입니다. 아마도 대부분 교육청의 관리들은 학교의 교사들을 하급기관의 행동 대원들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아니, 실제 그런가 봅니다.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수업과 방역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학교들에 한 교육청이 지역 전 학교에 교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 엄중 문책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적도 있습니다. 가뜩이나 등교하게 되면 방역 전문가가 아닌 교사들이 학교에서 방역의 최전선에 서야 되는 상황도 불합리 한데 거기에 책임까지 떠맡기고, 잘못할 경우 엄중 문책이라는 엄포까지 대놓고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동일 지역 사회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청과 학교가 유기적 관계를 유지해도 부족할 판국에 그저 감독하고 지시해야만 하는 하급기관으로만 취급함으로써 상호 불신(不信)만을 더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학교를 행정적 하급기관으로, 교사들은 제대로 믿지 못하는 대상으로 간주하면서 학교와 교사 관련 모든 책임은 교사들에게 전가하고자 하는 이중적인 교육청의 마인드와 자세입니다. 그러니 학교의 관리자들, 즉 교장, 교감이 교육적 마인드보다는 가능한 책임질 일은 만들지 않으려는 행정적인 마인드로 학교를 운영할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 매번 제대로 된 교육을 하려는 교사들하고 부딪치거나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교사들과 연관된 상급 기관들과 관리자들이 교사들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감독, 질책으로 일관하고 있음에 가뜩이나 위축되어 있는 교사들이 신나고 활기찰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견제사’

교사들은 장학사라는 명칭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며 대신 쓰는 표현입니다. 하다못해 어느 도교육청은 교장이 일제 고사 때 학생 8명이 신청한 현장 체험학습을 승인했다는 이유로 이를 문제 삼아 징계위원회에 중징계를 요구했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경우 교육청의 감독, 통제가 너무 지나친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 활동을 하다 보면 교육청의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담당 장학사는 활동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받길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활동 계획서를 보냈고, 계획서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다못해 독도 탐방 활동 떠나는 교사에게 떠나는 그 순간을 유선으로 꼭 보고하라는 지도(?)를 합니다. 학교 현장의 행정 업무를 지원하겠다고 공언해놓고 오히려 절차만 늘고, 온갖 가이드라인만 많아집니다. 


등교 교통안전을 위해 내가 있는 생활 지도부 선생님들이 교대로 아침마다 일찍 출근하여 교통지도를 합니다. 이미 단위학교별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자체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지도활동을 뒤늦게 교통지도 계획을 세우고,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교통지도를 실행한 뒤 체크리스트로 점검, 그 결과를 올리라는 교육청의 공문이 내려옵니다. 수능 때가 다가오니 여지없이 수능 대비 교외생활지도 계획서를 제출하라는 공문이 내려옵니다. 수시로 생활부 자체적으로 행하고 있는 교외생활 지도도 특별한 시기가 되면 여지없이 계획서, 즉 수능 대비 교외생활지도 계획서 제출을 요구함으로써 역시 담당 교사들에게 무의미한 서류 작성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방학 동안에도 교외지도 계획서 보내고 실시하라는 공문이 내려옵니다. 교외지도한다고 시내 한 바퀴 돌아봐도 별 의미 없는 요식행위에 불과하지만 공문 내려오면 순진한 교사들이 안 할 수 없어 한 바퀴를 돕니다. 이 밖에도 물 놀이 예방교육 실시하고 계획서와 교육실적 보고하라, 사이버 폭력 예방 교육 실시하고 계획서와 교육실적 보고하라 등 단위학교별로 알아서 실천할 수 있는 교육 활동에 부질없는 서류화를 반복적으로 요구합니다. 교사들이 알아서 책임 있게 직접 실천하면 되는 아주 단순한 교육 활동조차도 서류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학교를 도와주고 지원해 주기는커녕 외부 기관이나 협의회 행사에 학교를 동원하는 압력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좁은 지역사회에서는 교육청이 지역사회 인물들의 행사에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도 보내는 실정입니다. 학교 운영위원회 전·현직 위원장들 간의 협의회가 있답니다. 그들 협의회가 무슨 캠페인을 하는데 학교 자체 예산을 이용하여 캠페인 용품(현수막, 피켓, 어깨띠 등)을 준비해주고, 학생들과 담당교사들이 참여해달라는 공문입니다. 담당교사는 투덜대면서 또 꾸역꾸역 업무를 해댑니다. 교육지원청이라면서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도 시원치 않은 판에 쓸데없는 것들이 자꾸 더 추가되는 추세입니다. 교육청 이름을 교육지원청으로 바꾸었다고 하지만 이름만 생색을 낼 뿐 사고와 방식에 대한 변화는 전혀 없습니다. 그저 교통지도 부탁드립니다, 안전지도해 주세요.. 등으로 안내하거나 부탁하는 내용이면 충분한 것을, 학교를 믿지 못하고, 교육청 자신들의 면피 기능을 위한 서류화에 충실한 조치들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청렴교육 연수도 모자라 청렴 아이디어 공모전, 청렴 동호회 조직을 한다고 적극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포함하여 심지어는 모든 교사들에게 청렴 서약서까지 요구합니다. 물론 공무원이기에, 그리고 교사들에게도 당연히 필요한 덕목입니다. 하지만 교사들에게는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죠. 아니 어쩌면 내가 모르는 이 지역만의 청렴하지 못한 경우가 자주 있던가요. 하지만 나에게는 의례적인 명분만을 가지고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불필요하고 비합리적인 행정이나 정책을 남발하여 교사들의 시간을 뺏는 교육청, 비합리적이고 불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불복종 없이 순응하고 교사들을 재촉하는 관리자들, 의례적이려니 하면서 무덤덤하게 형식적으로 켜놓고 자신들의 일을 보는 교사들, 이래저래 예산낭비요 시간 낭비로 보이는 비현실적 정책들이 난무합니다. 교육청은 교육청 나름대로 실적을 쌓아 올리려는 무리수가 빚어낸 결과들입니다. 


‘청렴 교육’과 관련하여 몇 명의 동료 교사들과 불만을 토로하는 중 교장을 하는 친구가 재미난 얘기를 들려줍니다. 자신의 청렴도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교장의 청렴도는 개인적으로 교장에게 통보되던지, 알 수 있게 되어있는가 봅니다. 자신이 전전(前前)에 있었던 학교에서는 학부모들과 저녁 자리를 하면서 학부모들이 사면 다음 기회에는 자신이 저녁을 사면서 화기애애한 관계를 형성하며 잘 지낸 결과 도내 전체 교장들 중 청렴도가 10위안에 들었다는 것입니다. 한데 다음 학교로 옮겨가면서 말이 많은 지역사회이고 혁신학교 추진을 반대하는 학부모들도 많아서 일체 학부모들과의 모든 관계를 자제하거나 회피하면서까지 학교를 운영했는데 청렴도가 50위 밖으로 밀려났다는 겁니다. 또 지금 현재 학교에서는 이전에 학교 운영위원 학부모들이 학교에 일부 금액을 기부하고 있었던 관례까지 차단하고, 학부모회에서 돈 걷는 활동까지 금지하며 보다 철저히 청렴을 향해 노력했건만 지금의 순위는 100위 밖에 있다는 것입니다. 참 아이러니한 현상입니다. 학부모들과 그럭저럭 잘 지내면 금전적 문제가 개입되어 있어도 청렴도가 높아지고, 부모들의 의도대로 받아주지 않으면 청렴도가 낮아지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이런 모순된 결과를 도교육청은 인지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 의미 없는 행정, 정책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고, 그런 헛된 행정을 위해 교사들의 에너지와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언젠가 시험기간 동안 내내 연수 스케줄이 꽉 찬 적이 있었습니다. 보통 아이들 시험 때 일찍 학교 시간이 끝나고, 이 시간을 이용하여 각 교과별, 부서별로 모임을 갖거나 답안지 채점, 업무 등 미루어진 일들을 처리합니다. 교무부장이 몰래 전달하는 궁색한 변명은 모두 학교평가, 특히 관리자들 평가 항목에 들어있어서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얘긴즉슨 관리자 다면 평가 항목에 교육청 컨설팅 횟수에 의한 평가가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교사들이 혼자 찾아보고 자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내용들도 컨설팅을 굳이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듯합니다. 물론 교육청에서야 단위학교를 조금이라도 도와주겠다는 의도로 컨설팅 제도를 만들었겠지만, 단위학교 입장에서는 빈번한 컨설팅이 과연 교사들에게 필요해서 하는 것인지, 아니면 관리자들 평가 항목에 들어있어 자주 불러대는 것인지 의문스럽습니다. 교사들 동아리도 연구동아리 위주로 해야지만이 학교평가에 도움이 되지, 교사들의 다른 동아리들은 평가 항목에 도움이 안 된다고도 합니다. 이처럼 학교가, 그리고 교사들이 필요하든 필요하지 않든 교육청의 기준에 부합되는 활동들이 아니면 적절치 않다는 것입니다. '성과주의 전시행정'을 실감하는 학교 현장입니다.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사업도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교과별 중점학교 같은 사업을 먼저 계획하고 각 학교에 신청을 받습니다. 단위학교가 원하는 사업을 지원해 주는 시스템이 아닌 교육청이 먼저 정하고 학교에게 신청을 압박합니다. 물론 원하는 학교와 맞아떨어지면 더 말할 나위 없겠지만, 이번에도 신청하는 학교가 없다 보니 반 강제적으로 사회 중점학교를 떠맡게 됩니다. 가뜩이나 사회과 교사들 스스로 아이들을 위해 다양하게 뛰고 있는데 대처하기 곤란한 업무가 하나 추가되는 셈입니다. 돈은 내려왔고 해서 교실 몇 개 개조하고 리모델링해 보지만 강의식 수업만 주로 해온 교사들도 정확히 어떤 용도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결국 담당교사가 떠나자 돈 들인 애매한 교실은 창고 겸 휴게 공간으로 이용됩니다. 교육청이 먼저 나서서 계획하고 단위학교에 요청하는 시스템보다는 단위 학교가 필요로 하는 것을 먼저 알아보고, 학교가 원할 때 적극 지원하는 시스템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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