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골든라이언 Nov 24. 2022

네 뼈도 살고 있어. 생각보다 더 치열하게.

그러니까 다시 일어나


"성인이 된 후 10년이 지나면 모든 뼈는 바뀌어 있다 (turn over)."


치의학 대학원 석사로 입학 후 가장 놀랐던 세미나 수업의 프레젠테이션 장면으로 기억하는데 실제 성인의 뼈(bone)가 흡수되고 채워지는 즉, 재생(remodeling)되는 과정을 장기간 이미지 촬영한 동영상이었습니다. 신체의 모든 부위의 뼈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벤트라는 것도 잘 믿기지도 않았지만, 지금 내 몸을 구성하는 뼈가 예전의 것이 아니라니 좀 묘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흔히들 뼈라고 하면 두개골이나 갈비뼈처럼 혹은 폐를 감싸 중요 장기를 보호하거나  팔다리 뼈나 척추처럼  튼튼한 신체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고정된 아니 고정되어 있어야 할 것 같은 프레임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그 범주에서 벗어난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 왜?'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무슨 이유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건지..


그리고 이 드라마틱한 특별한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시작할 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라는 것을 하고 싶은 또 다른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신생아는 단단한 뼈 대신 부드러운 연골을 갖고 태어나며 1년이 지나면 모든 연골들새롭게 교체됩니다.)


[절묘한 균형의 하모니]


우선, 뼈가 흡수되고 재생되는 과정에 실제로 참여하는 두 그룹의 세포들을 살펴보면 뼈를 흡수하는 세포를  '파골세포 (osteoclast)'그리고 뼈를 생성하는 세포를 '조골세포 (osteoblast)'라고 하는데 놀랍게도 이들 세포의 기원(origin) 되는 줄기세포 (stem cell)의 종류가 서로 다릅니다. 파골세포는 흔히 세균 등을 잡아먹는 파수꾼으로 알려진 대식세포처럼 혈액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면역세포 중의 하나입니다. 이와 반면 조골세포는 대분류상으로는  파골세포와 같은 결합조직으로 속해 있지만 조금 더 세분화하면 지방 근육 혹은 신경 등으로 분화하는 중간엽 줄기세포에서 유래합니다. (사람의 조직 발생 초기 과정에서 내, 외, 중배(간)엽등으로 분화하는데 그중 가운데에 위치함)


두 세포의 유래도 서로 다른지만 각자의 모양새나 뼈 대사에 참여하는 역할을  살펴보면 더욱더 판이하게 차이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몸속 혈액의 칼슘 농도가 정상적인 수준 (약 1 mM) 보다 낮아지면 관련 호르몬들이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의 단핵구 (monocyte) 세포들을 자극시킵니다.  단핵구 세포들은 혈액 줄기세포에서 유래된 이름 그대로 핵이 하나인 세포들입니다. 이들은 칼슘이 부족하다는 신호를 받는 즉시, 뼈 근처에서 SF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본 것처럼 그들끼리 합체가 일어나 핵이 여러 개인 다핵 세포로 변신합니다!! 완전체는 얼핏 해파리 모양으로 생겼으며 근처의 뼈에  흡착해서 섬유질 메트릭스를 분해하고 강한 산성 이온을 뿜어 결정 형태로 박혀있던 칼슘과 인을 용해시켜 바로 혈액으로 공급하는 대단한 능력을 갖추었습니다.  


이와 반면 조골세포의 줄기세포는 파골세포가 흡수한 곳으로 찾아와 분화되어 조골세포의 모양을 갖춥니다. 조골세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콜라겐 등의 섬유질을 만들어 자신의 주변에 메트릭스를 만듭니다. 특히, 콜라겐은 3중 나사선으로 형성되어 이어지는데 이들 사이로 작은 틈이 생기는데, 바로 그 틈 사이에 칼슘과 인이 결정 형태로 침착이 되며 이를 '석회화'라고 부르며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단단한 뼈를 생성하는 것입니다. 즉. '칼슘과 인의 저장창고'를 만드는 셈입니다. 특이한 것은 조골세포는 석회화된 주변부위에 스스로 갇히게 되는데 죽지 않고 마치 신경세포처럼 몸이 변형되어 줄기를 뻗어 서로 닿는 그들끼리 신호를 주고받으며 여전히 생명 활동을 이어갑니다.


서로 다른 계열의 세포들이 이렇게 치열하게 참여하며

 혈중 농도의 수준을 정밀하게 조절해서 항상 일정한 수준이 유지되도록 (항상성, homeostasis)  하는 것을 이해한다면 '칼슘과 인'이 얼마나 생리학적으로 중요한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를 위해 그들은 밤 낮 없이 애를 쓰나?]


바로 당신을 위해서입니다.

우울한 생각에 슬퍼하고 있는 당신의 뇌와 한숨 쉬며 돌아누울 때 뒤틀린 근육을 위해.. 그러다 잠든 당신의 까맣게 타들어간 심장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모든 곳에서 당신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85c4e197ddf84b8/21


그다지 밖에서 들려오는 뉴스가 반갑지 않은 요즘인 데다가  다시 계절 독감이든 코로나 재유행이건 건강 걱정마저 드는 이때, 몰랐거나 잊고 있었던 날 위해 희생하고 애쓴 모든 존재들에게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 합니다.


넘어진 그 자리가 바로 짚고 일어날 출발점이 되게하는 작은 힘이 되지 않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가볍게 더 가볍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