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200~400 배율 정도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같은 조직에서 유래되었다 하더라도 비슷할지언정 모양이건 행동 패턴이건 같은 세포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말 그대로 제각각이며, 마치 개성이 뚜렷이 있는 독립 개체로 보입니다.특정 자극이 주어졌을 때는 더욱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최근에, 가장 주목받고 급성장하는 연구분야가 '단일세포 분석 (single cell analysis)'인데, 같은 조직 유래라고 하더라도 각각의 세포마다 유전체나 분자 네트워크가 다른 점을 주목하고 암 연구, 줄기세포 생물학, 면역학, 발생 생물학, 신경학 분야 등등에서 특수한 기능을 가진 적은 수의 세포를 파악해서 과거에는 풀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각각의 세포들은 개별적으로 독립된 개체임이 분명하지만, 신경망, 혈관, 면역계, 근육 그리고 심장 같은 각종 장기들을 구성하고 조절하는'상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흔히, 일상에서 관찰하기 쉬운 머리카락이나 손톱 피부 등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들도 면역 체계와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고, 심지어 큰 이벤트가 없어 보이는 우리의 골격도, 인체에 필요한 적정량의 칼슘과 인을 보급하기 위해 줄기세포 유래가 전혀 다른 파골세포 (osteoclast, 조혈모세포 유래)와 조골세포(osteoblast, 중간옆세포 유래)의끊임없는 공조에 의해 쉬지 않고 리모델링(remodeling)되고 있습니다. 면역 세포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들이 결국 '나'를 위해 '인체라는 거대한 왕국'에서 각각 생로병사를 겪으면서도, '항성성 유지(homeostasis)'라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각각 주어진 기능을 갖고 군집과 사회를 이루어 기꺼이 '하나 된 우리'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즉, 30조 개의 개성 넘치는 생명들이 오로지 '나'를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필자는 가끔 스스로 생명을 놓는 얘기들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지만, 그러한 결정을 하기까지의 엄청난 고통에 대해 감히 헤아릴 수 없습니다.
다만, 세포생물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우리는 '혼자'가 아니기에 절대로 '자살(自殺)'할 수 없고오로지 날 위해 존재하는 30조 개의 세포를 '타살(他殺)'하는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하나 더..
영혼이 떠나간 직후, 세포들은 바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미생물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시간이 되기 전까지,
다른 세포들과 더불어 그동안 주인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을 가진다는 상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