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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든라이언 May 12. 2022

Last obsession(마지막 집착), 프로테오믹스

생명과학자의 철학

     

필자가 현재 연구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고해상도 질량분석(high resolution mass spectrometer, HRMS) 시스템은  분자의 질량을 측정하는 장치입니다. 특히, 생체 고분자 물질인 단백체 분석에 최적화된 그야말로 환원주의적 접근법의 정점에 있는 기술이 집약된 발명품이라 하겠습니다.


질량분석기(MS)의 초기 개념은 골드슈타인(Eugen Goldstein)에 의해 1896년에 태동하였으며, 그 유명한 상대성이론의 'E=mc2'공식 중 m(질량)을 측정 분석하는 분야의 핵심기술라고 일컫는 만큼 그 사용 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질량 분석계의 아버지'로 인정받고 있는 조지프 존 톰슨 경(Joseph John Thomson, 1906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음)의 제자로서 실제로 물질이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는 상대성이론을 입증한 영국의 물리학자 프랜시스 애스턴은 1922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합니다. 


이후에도 잇달아 5명의 노벨수상자가 나올 만큼 질량분석법은 과학 전반에 걸쳐 중요하게 인식되었는데, 세계 2차 대전 핵폭탄 개발 프로그램인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가 진행되는 동안 우라늄의 동위원소를 분리하고 농축하는 동안에도 이 질량분석 기술이 사용되었습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는데 기여한 질량분석 법이 고마울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반대했던 핵폭탄을 만드는데 쓰인 것이 달갑지만은 않을 아이러니라 할 수 있겠습니다.


2002년 노벨화학상은, MS장치를 이용해 생체 거대분자인 단백질들을 분석 가능하도록 한


'단백질 이온화(ionization) 방법'


을 발명한 과학자들에게 수여됩니다.


그중 한 명은 MALDI (Matrix-Assisted Laser Desorption/Ionization) 방법을 찾아낸 Shimadzu(시마즈) 사의 다나카 고이치(Koichi Tanaka, 학위가 없는 평범한 회사원으로서 노벨상을 수상하여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보도되었음)이며, 다른 한 명인 존 펜(John Bennett Fenn)은 ESI(electrospray Ionization) 법을 발명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합니다.(참고로, 같은 해 쿠르트 뷔트리히(Kurt Wuthrich)는 핵자기 공명 분광법(NMR)으로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 가능케 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받았습니다.)


2003년 인간 게놈(Human-Genome) 프로젝트를 완료하였지만(인간의 유전자는 고작 3만 4천여 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짐), 인간의 생명활동을 관장하는 것은 주로


                       '단백질 (protein)'


이기 때문에 유전자에 의해 들어진 단백질이 실제로 세포 안에서 어떤 기능을 갖고 작용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습니다. 소위 포스트 게놈 (Post-Genome) 프로젝트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입니다.


1995년 마크 윌킨스(Marc Wilkins)에 의해 protein(단백질)과 ome(전체)의 합성어인 'proteome'의 개념이 정립되고, 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 이후 바야흐로, MS 기반 단백체(proteome)를 연구하는 '프로테오믹스(proteomics)'의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또 한, MS장비의 성능이 뛰어나더라도 시료가 한꺼번에 유입되면 분석할 수 있는 분자 수가 제한되는 단점의 보완을 위해, 다수의 시료가 섞여 있는 복잡한 시료를 특성에 따라 정밀하게 분리할 수 있는 HPLC(High-performance liquid chromatography, 고성능 액체크로마토 그래피) 장비를 연결하는 LC-MS 형태를 띠며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미, 1996년부터 MS가 HPLC와 융합되어 바이러스에 대한 질량분석 연구시작되었습니다.)


거듭된 개발이 진행되어, HPLC는 초고압 펌프 (ultra high pressure)를 이용해 '나노리터 (nano Liter, 10 억분의 1리터) 수준으로 일정하게 MS에 전달할 수 있도록  발전하였고, MS는 단백체를 구성하는 펩타이드를 조각내어 아미노산의 순서를 확인할 수 있는 tandem mass (ms/ms)가 점차 MS^N 이 가능한 형태로 발전되었습니다. 




어느 날, 질량분석장치가 만든 단백질체 분석 데이터의  미가공 자료(raw data) 이미지들을 보면서, 어느 우주 행성의 광활한 대지 위에 서있는 듯, 다소 스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필자는 결국 세포들이 모여서 하나의 생명체로 머물렀던  


'한 생명의 마지막 산물들이 분자 수준까지 분해되고 산화되어 날아가는 장면을 지켜보는 최후의 목격자'


임을 자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집착[執着]을 보내며, 골든라이언 작(作)]



그래서, 궁극적인 생명현상의 이해를 뜻하는 '달'과 그들이 남겨준 마지막 메시지들을 끝까지 가치 있는 정보로 만들어 가고 있는 연구자들을 '기러기'로 표현하며, 짧은 추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림 하단의 피크들은 액상 크로마토 그래피 (liquid chromatography) 질량분석을 진행하면서 생성되는 모든 펩타이드 이온들의 상태 (total ion current, TIC)를 기록한, '미가공 자료(raw data)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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