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골든라이언 Nov 17. 2022

가볍게 더 가볍게

수험생 여러분 고생하셨습니다.

' 나이가 들어 적당한 시기가 되면 이런 맑고 가벼운 기분으로 이 세상을 떠나면 좋겠구나.'


햇볕 따사롭고 살랑거리는 바람이 더없이 좋은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사십 대 후반에 걸쳐 한창 열심히 해야 할 나이에 엿가락 늘어진 소리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세상 생로병사 정해진 인생 항로를 여행하는 그 누구든 외면한다고 피할 수 없는 것은 정한 이치이니 저에게는 어떻게 갈까 한 번씩 떠올리는 것이 오히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들을 순삭 시켜주는 나름의 치트키입니다.


불황기에 따른 경제적인 고통과 COVID19, 러-우 전쟁이나 이태원 참사처럼 삶 속에 죽음의 칼날이 우리 마음속 깊숙이 들어와 춤을 추고 있는 요즘 그놈의 '트라우마'에 빠지지 않기 위해 각자의 나름으로 애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입니다.


요 며칠간 '너를 응원한다'는  수험생들을 위한 현수막들이 곳곳에 걸려있는 걸 봤습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라는 1989년 영화가 개봉되고 당시 한창 이슈된 이후 성적으로 줄세우는 사회가 바뀌길 남몰래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단 도 성적이 행복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는 현실에 "응원 말고 그냥 대안을 찾아주지"하는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어른되면 이 고통의 대입시험을 어찌해봐야지 했던  스스로의 약속을 조금도 못 지켰고 별 시도조차 안 했던 것에 대해 '내가 미안하다'는 현수막을 걸어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대신에 저는 자칭 과학자인 만큼, 정말 크고 더 큰 사건 사고들을 겪었으면서도 오늘 시험까지 치느라 몇 배는 더 고생하신 수험생 여러분과 부모님들께 금일 시험의 한 가지 비밀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오늘 시험에서 생각보다 많이 틀린 분들은 꼭 아셔야 합니다.


엄청나게 오래전 우주에서 수천 광년 떨어진 지구와 닮은 별에서 지구의 나비와 닮은 나비가 꽃을 닮은 꽃 속 꿀 같은 꿀을 마시고 꽃잎을 박차고 나갈 때 작은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 바람이 그 별을 떠나 우주를 관통해 지구로 하필 오늘 도착해서 여러분 손끝을 지나며 정답이 아닌 오답을 찍게 만든 겁니다. 참, 타이밍도.. 아마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암흑물질을 건드렸나 봅니다. 저는 생명공학 쪽이라 아마 다른 분들이 더 상세히 설명을... 아무튼,  오늘 시험문제 틀린 것은 절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다 그 '나비 같은 효과'때문입니다.


꼭 이 글을 부모님과 친구 형제들에게 보여주고 (또 굉장한 비밀이어서 혼자 간직하더라도) 모두 마음을 가볍고 가볍게 가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주 쪼금만 시간을 내어 먼 미래의 나로부터 현재의 나에게 밝고 힘찬 응원을 보내는 상상을 해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그 별의 나비가 다시 꽃으로 날아드는 것이 언젠가 여러분에겐 행운을 가져다 줄 바람으로 다가올지도 모르니까..



골든라이언 올림


















매거진의 이전글 이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