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삶은 나의 의지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해가 바뀌고 정신없이 일에 몰두하고 보니 어느덧 4월, 한 해의 1분기가 다 지나있었다.
그 동안 내 삶의 판도는 여러 면에서 완전히 뒤집어졌다.
첫 번째. 이직을 했다.
긴 고민 끝에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던 중, 오퍼레터가 왔다. 3개월의 이직 준비를 하며 원하던 회사로 옮길 수 있었다. 함께 시간을 보내던 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마음에 담아만 두고 있던 여행지로 홀로 훌쩍 떠나 오랜만의 여유를 즐겼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물론 직무가 바뀌진 않았기에 업무의 결은 이전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금새 매너리즘에 빠졌지만 어찌 되었든 현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인 노동의 환경이 크게 바뀐 것은 사실이었다.
두 번째. 새로운 만남을 시작했다.
짧게 다녀 온 여행지에서 뜻 밖의 인연을 만나 금새 마음을 나누고 있다.
아직은 서로 서툴고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서로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연애라는 것을 처음 해보는 것은 아니지만, 연애의 시작은 늘 설레고 매 순간이 소중하다.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큰 의지가 되고 삶을 살아가는 것에 힘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세 번째. 이사를 했다.
부모님이 청약에 당첨되고 입주 준비를 하던 중, 10년 넘게 살아 왔던 집이 전세로 나가 생각보다 갑작스럽게 새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출근을 해야 했기에 부모님이 이사를 준비하였고, 나는 헌 집에서 출근을 하고 새 집으로 퇴근을 하게 되었다. 짐을 싸며 10년 동안 쌓여진 나의 추억과 시간을 돌아보기도 하면서 놓고 올 것은 미련 없이 두고 왔다. 예컨데 버리지 못해 구석에 박혀 있던 오랜 물건들이라던가, 혹시나 나중에 쓸모가 있을까 챙겨 두었던 설명서와 부품 같은 잡동사니였다.
이사라는 것이 어찌 보면 새 출발과도 같더라. 그 집에 사는 동안 수 많은 슬픔과 수 많은 기쁨이 공존했다. 허나 그것은 이제 과거의 것일 뿐, 나는 그 경험에서 얻은 것은 마음에만 두고 나머지는 떠나 보냈다.
네 번째.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처음 계엄을 접했을 때, 나는 엄마와 TV프로그램을 시청 중이었다. 단순한 시사예능 프로그램에 빨간 박스와 딱딱한 서체로 계엄이라는 속보가 떴을 때, 나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소리를 들은 아빠는 방에서 나와 미쳤다는 소리만 반복했고, 갓 전역한 동생은 부대에 남아 있는 군대 후임들에게 안부를 묻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연말이었다.
다행히도 두 시간 남짓한 시간만에 계엄은 종식되었으나 혼란은 봄이 올 때까지 이어졌다. 매 주말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소리를 내고 행진을 했다. 눈이 내리고, 날이 풀리고, 비가 와도 꾸준했다. 주가는 내려가고 환율은 폭등하고, 개인도 사회도 정신 없이 헌재의 판결을 기다렸다. 탄핵에 대한 찬반이 나뉘었지만 결과는 탄핵이었고 6월의 조기대선을 맞게 되었다. 아마 또 한 번의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고 3, 학원에서 입시를 준비하고 있던 중 들었던 첫 번째 탄핵선고의 기억이 떠올랐다.
주문, 피청구인 -을 파면한다.
그 말을 또 다시 듣게 될 줄은.
삶은 때때로 내가 예상치 못하게 흘러간다. 모두의 삶이 그렇다. 나의 행동으로부터 비롯된 결과 뿐만 아니라 타인, 크게는 사회에서 시작된 점 하나가 한 사람의 인생에 선을 긋는다. 지금부터 다른 챕터의 시작이라고.
이직도, 연애도, 이사도, 탄핵도 내가 원해서 시작되거나, 나의 계획으로 시작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우연히 나의 이력서를 본 헤드헌터의 제안으로 이직 준비가 시작되었고, 우연한 만남으로 연애를 시작했다.
아직 부모님과 함께 사는 나는 그들의 이사 준비와 계획에 따라 거처를 옮겼고, 누군가의 잘못된 판단과 그것을 막은 이들의 도움으로 대통령을 또 다시 탄핵한 나라의 국민이 되었다.
삶의 판도가 바뀐다는 것은 얼마나 두려운 미지의 순간인가. 앞으로의 회사 생활도, 연애의 흐름도, 가정과 사회의 훗날도 나는 알 수가 없다. 그저 묵묵히, 하던대로, 할 수 있는 만큼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야만 이 흐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이미 올해의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2025년의 끝에 "아, 올해도 잘 해냈다." 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나대로 나답게 살아가자.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해답은 만들어 갈 수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