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킴철수 Jan 02. 2025

몬난이2

[서른의 해방일지]

몬난이가 죽었다. 죽임을 당했다. 몬난이는 어떤 의사도 표현할 수 없었다. 그저 짐짝처럼 이리저리 실려다녔다. 그러다 발목에 링거 줄이 꽂히고 그 줄로 천천히 약이 들어갔다. 처음에는 무서웠겠지만 나중에는 편안했을 것이다. 짧은 시간동안 들려오는 우리 목소리를 들으며 몬난이는 어디로 갔을까. 몬난이의 혼이 우리를 내려다보았을까. 눈도 감지 못하고 누워있는 자신의 몸을 보면서, 그 몸을 부여잡고 울고있는 우리는 보면서 몬난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어디론가 향했을까.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을까.     


죽음 뒤에는 아무것도 없을까. 그래야 할 텐데. 몬난이를 보내고 택시를 탔는데 라디오에서 이문세의 붉은 노을이 나왔다. 몬난이는 죽었는데 똑같이 해가 뜨고 택시를 타고, 이제는 몬난이가 들을 수 없는 노래를 내가 듣고 있었다. 몬난이의 생은 여기까지구나. 2024년 12월에 몬난이는 멈추었구나. 우리 셋이 함께 손을 잡고 걸어왔는데 이제는 몬난이를 두고 둘이서 손을 잡고 가야하구나. 몬난이가 남겨진 곳을 뒤돌아보면서 걷다가 점점 멀어지면 나중에는 보이지 않겠구나. 보이지 않는 곳을 기억하려고 애쓰는 시간이 길어지겠구나. 몬난이 없이도 다가오는 내일을 또 견뎌야하구나. 몬난이와 함께여서 완전했던 우리는 한쪽이 쪼개진 돌멩이처럼 쉴 새 없이 부딪히며 굴러가겠구나. 그러다 다시 동그랗게 다듬어지는 순간까지 아주 오래 아프겠구나. 그게 몬난이의 죽음이구나.      


집에 있으니 몬난이가 다시 나타날 것만 같다. 바닥에 발톱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거실에서 화장실로, 주방에서 냉장고 앞으로, 서재로, 침대 옆으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우면 발끝에서 천천히 기어올라와 내 얼굴 앞에서 킁킁거릴 것 같다. 그렇게 나타나도 놀라지 않겠다. 몬난이가 서운하지 않도록 아무렇지 않게 다시 몬난이를 안아줘야지.     


몬난이의 사진과 동영상을 본다.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데 또 눈물이 나기도 한다. 내가 부르면 나에게 와주는 몬난이. 내가 힘들어 바닥에 누운 날이면 내 가슴 위로 올라와서 어설픈 위로를 전하던 몬난이. 큰 일이 생겨도 항상 별 일 아니라며 따뜻한 체온으로 나를 안아주던 몬난이. 창문으로 들어오는 좁은 햇살을 따라다니며 누워있던 몬난이. 무엇보다 산책과 간식을 좋아했던 몬난이. 이제는 없지만 영원히 있는 몬난이.     


몬난아. 보고 싶은 몬난아.

오늘은 너의 사망신고를 하고 왔다.

너의 등록번호를 불러주고 서류에 서명을 하면 몇 분도 걸리지 않아서 처리가 된다.

네가 살아온 긴 시간이 허망하게 정리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네 덕분에 내가 살았다. 네 덕분에 내가 더 웃었다. 네 덕분에 내 삶이 더 행복할 수 있었다. 그러니 전혀 허무하지 않다.


네가 떠나고 딱 일주일이 지나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어쩌면 너를 만나러 일찍 갔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할머니와 함께라서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너는 어쩌면 할머니가 나에게 잠시 빌러준 강아지였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죽으면 키우던 강아지가 마중을 나온다는데 내가 죽었을 때는 네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니 더 이상 아무도 기다리지 말고 따뜻한 곳에서 햇살 듬뿍 받으며 행복하길 바란다.

안녕, 강아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