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아지가 죽었다. 오늘로부터 딱 일주일 전에. 강아지는 오후 세 시에 죽었다. 왜 시간을 정확히 기억하냐면 안락사를 했기 때문이다.
우리 강아지는 4년 전에 처음 암으로 진단받았다. 그 이후 1년에 한 번씩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올해는 상반기가 되기도 전에 세 번의 수술을 연달아 받았다. 암이 퍼지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수술도 잦아졌다. 그동안은 강아지의 노화를 일 년 간격으로 느껴왔다. 뛰는 속도가 작년이랑 확실히 다르네. 작년보다 더 많이 자는 것 같아. 하지만 올해부터는 3개월에서 한 달로, 한 달에서 일주일로, 3일에서 하루하루로 강아지가 변하는 주기가 점점 짧아졌다. 매일매일, 눈에 띄게 아픈 강아지가 되어갔다.
암은 놀랍다. 암이 몸속을 돌아다니다가 약한 곳에 자리를 잡고 근처의 핏줄을 끌어모은다. 숙주의 영양소를 빨아먹어 자기 몸체를 키우기 위해. 꼭 기초 공사 같다. 암은 주변 세포 하나하나를 변형시킨다. 그 세포들은 암에게 숙주를 바치기 위한 재단의 주춧돌이 된다. 우리 강아지의 몸속에서 3년간의 기초 공사를 끝낸 암은 본격적으로 세력을 키웠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주어도 강아지는 살이 빠졌다. 반면 암은 한눈에 보기에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강아지를 위한 밥을 준비할 때면 야윈 강아지를 살찌우기 위한 것인지, 암세포를 키우기 위한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배 속에서 유선을 따라 자리를 옮겨가며 생겼던 암이 피부를 뚫고 나왔다. 빨갛게 피부를 점령하기 시작한 암은 포도송이처럼 알알이 모습을 드러냈다. 피부 밖으로 맺힌 암송이들은 염증으로 뒤덮였다. 스치기만 해도 쉽게 피가 났다. 나중에는 피가 섞인 염증이 바닥으로 한 방울씩 떨어졌다. 강아지는 곧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은 염증을 가슴팍에 콧물처럼 달고 절뚝거리며 걸어 다녔다. 강아지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몸에선 염증이 썩는 냄새가 진하게 났다.
온몸이 아파 예민해진 강아지는 오로지 뒤통수와 등만 겨우 만질 수 있도록 허락했다. 완치될 수 없는 몸. 가까운 죽음이 예정된 몸. 썩어들어가는 몸. 그 몸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슬픔의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기분이 드는 일이었다. 병든 몸을 바라보며 흘린 눈물에는 안타까움과 죄책감, 미안함과 고마움, 시간의 야속함,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반항심이 모조리 섞인 묘한 감정이 똘똘 뭉쳐있었다. 거기에 앞으로 다가올 이별에 대한 공포와 그 이별의 시점을 어쩌면 내가 정해야 할 것이라는 책임감, 그리고 그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외면까지, 셀 수 없는 마음들이 녹아있었다.
약속한 시각이 다가오고 있었다. 병원으로 가기 위해 강아지를 조심조심 이동 가방에 옮길 때부터 나는 모든 걸 되돌리고 싶었다. 되돌리고 싶은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 채. 한 걸음씩 병원과 가까워질 때마다 지금 이게 맞는지 계속 반문했다. 강아지는 알까. 그렇다고 강아지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도망칠 순 없었다. 그건 피난이 아니라 강아지를 다시 지옥으로 돌아오게 할 고통이라는 걸 알았다.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내 마음 어딘가가 부서지고 있었다. 정해진 결말로 도저히 가고 싶지가 않은데. 거리에서 자꾸만 발을 동동 굴렀다. 생전 처음 내보는 이상한 소리로 울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한곳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아무리 애원해도 나와 강아지가 향할 곳은 이제 그곳뿐이라는 듯이.
강아지는 귀엽다. 암이 온몸을 덮어가도, 숨을 잘 쉬지 못해도 귀엽다. 그래서 안락사할 병원으로 가기 위해 같이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어리둥절한, 어딘가 억울한 표정이 귀엽다. 죽으러 가는 길마저, 얌전히 가방에 담겨 있는 보송보송한 뒤통수도 귀엽다. 프로포폴을 맞고 반수면 상태에 들어서 누워있는 강아지. 멍한 눈빛마저 참 귀엽다.
그제야 나는 강아지를 마음껏 안을 수 있었다. 초점 없는 강아지 눈앞에 내 얼굴을 들이밀고 무슨 말이든 내뱉었다. 강아지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려다 나도 모르게 강아지의 눈알을 만졌다. 강아지는 눈도 깜빡거리지 못한 채, 마지막으로 숨 쉬는 것만이 겨우 남은 할 일인 것처럼 누워있었다. 나는 퉁퉁 부어오른 발도 만지고, 둥글고 납작해서 매일 놀려먹었던 엉덩이도 몇 번이고 쓸었다. 강아지에게 입 맞추는 동안 내 얼굴과 코트 윗자락에는 강아지 몸을 덮었던 염증이 축축하게 묻어났다. 나는 혼란스러웠고 내 목소리는 길을 잃었지만, 강아지는 최근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였다. 갑자기 고통이 찾아올까 두려워서 안간힘으로 버티던 강아지는 이제 없다. 온몸에 모든 힘이 빠져나간 강아지는 편안히 누워 희미한 숨만 내쉬었다. 강아지는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아니 마침내 심장이 멈추어도 여전히 귀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절대로 잊고 싶지 않은 감촉, 평생 기억하고 싶은 냄새. 영원히 내 마음에 간직할 내 강아지, 몬난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