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Deux, 2019)
2021년 07월 14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우리, 둘' 시사회에 다녀왔다. '메이드 인 루프탑' 속의 갈등과 이 영화의 것이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로 같은 성별의 상대를 사랑하기에 비슷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국적도, 장르도 다른 이 두 영화가 왜 때문에 비슷하게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해당 시사회는 키노라이츠에 응모 및 당첨되어 참석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집에서 살고 있는 마도와 니나는, 로마로 가서 함께 살려고 한다. 집 매매 등 이사준비는 수월해 보이지만, 마도의 속은 그렇지 못하다. 외도하던 아버지를 어머니가 평생 사랑했다고 믿는 딸과, 반대로 어머니가 아버지를 평생 미워했다고 생각하는 아들에게 로마는 물론이고 니나도 소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니나는 마도의 이런 태도를 답답하게 여기며 화를 낸다. 이후 니나가 우연히 뇌졸중으로 쓰러진 마도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긴다. 어머니와 사이가 좋았던 '이웃' 니나와 가까워진 마도의 자녀들, 과연 그들은 어머니와 니나의 관계가 더 깊었다는 것을 알게 될까?
우리, 둘. 그러나
Just two, and
두 소녀가 나무들을 두고 술래잡기를 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술래가 쫓아가지만, 어느새 숨던 소녀는 나무 뒤로 사라지고 술래만 남는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술래잡기는 둘이서도 할 수 있는 놀이이다. 하지만 단둘이서 술래잡기를 해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 영화는 사랑 역시 둘이서 하는 술래잡기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사랑은 보통 두 명의 사람이 만나서 나누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고정관념일 수도 있지만, 보편적으로 두 명이 사랑에 적합한 인원이라고 말한다. 물론 백 명의 사람들에게 사랑을 설명하라 하면, 천 개의 의견들이 쏟아질 정도로 그 감정의 모습은 다양하다. 한 명이 스스로를 사랑할 수도, 세 명 이상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를 사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는 나르시시즘, 후자는 삼각관계 혹은 그 이상의 관계라고 따로 불린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사랑에는 둘 이상이 필요하다. 즉, 사랑을 나누는 당사자들을 제외한 나머지의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 두 명이 서로 사랑해요.'라고 해줄 사람들 말이다.
마도와 니나에게는 둘뿐이다. 그들이 사랑한다고 알아주는 건 서로 밖에 없다. 니나는 다른 사람에게도 마도의 연인으로 인정받고자 하고, 이런 마음을 마도에게 솔직히 드러낸다. 마도 또한 니나와 같은 마음이지만, 이런 마음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진 않는다. 그들이 서로 연인이라는 것을 인정해 주는 건, 니나와 마도 사이가 이상하냐는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은 부동산 중개인뿐이었다.
마도는 자신의 자녀들에게 니나를 소개하지 못한 채 긴 세월을 보냈다. 딸의 눈에 마도는, 외도를 일삼아 온 아버지를 눈감아주고 사랑으로 감싸준 위대한 사람이 되었다. 반면, 아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까지도, 어머니가 아버지를 증오한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미워한다.
이런 딸과 아들의 의견들로 마도의 내적 갈등이 표현된다. 남편의 외도를 눈감아주기보단, 당시 남편 아닌 니나를 사랑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배우자의 외도가 먼저일지, 니나와의 외도가 먼저였을지는 이 영화에선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마도는 겉으로는 대단한 일편단심처럼 보였을지라도 남편과 다름없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반면, 아들의 말처럼 남편에 대한 배신감도 갖고 있다. 그가 죽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의 물건들과 함께 산다. 과거의 사랑을 지우는 것은 과거의 자신을 잊으려고 하는 것만큼 어렵다.
우리의 노래
Chariot (sul mio carro)
마도는 뇌졸중으로 언어능력을 비롯한 많은 기능을 잃는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마도는 니나를 보고 식탁 위 그릇을 밀어 깨버리는 듯 감정적인 행동을 한다. 니나는 마도에게 같이 찍었던 사진들을 보여주고, 추억을 속삭인다. 그 사진들은 니나가 자신의 집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반면 마도의 집에서는 니나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마도가 입원을 하게 되자, 그녀의 자녀들이 어머니 집에 짐을 챙기러 방문한다. 욕실에 있는 칫솔 두 개 중에 어느 것이 어머니 것인지 갸우뚱하지만, 이내 곧 둘 다 챙겨간다. 그 집에는 니나가 숨어있었는데, 마도의 집은 니나에게 이미 '우리 집'이었기 때문이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니나는 마도의 집에서 물건들을 챙겨서 복도 건너의 자기 집으로 간다. 여기서 그녀가 챙겨간 것들 중에는 마도와 함께 찍은 사진들도 포함된다. 그 물건들은 니나만의 것은 아니었지만, 마도의 집에 놔둘 수 없다고 여긴 것이다. 그렇게 돌아온 니나의 집은 이미 이사준비를 다 마친 상태였다. 뽑혔던 냉장고의 전원을 다시 꼽고, 침대 시트도 다시 씌운다.
니나가 마도에게 같이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다가, 자주 들으며 함께 춤을 추던 노래를 불현듯이 떠올린다. 그리고 서로의 집 현관문을 열어둔 채 복도 너머 자신의 집으로 간다. 그리고 'Chariot (sul mio carro)'가 멀리서 들려온다. 니나가 마도에게 다시 돌아왔을 때, 마도는 두 발로 걸어서 식탁을 짚고 서있었다. 니나는 마도가 자신은 못 알아보지만, 익숙한 음악에 반응한 것이라 생각하며 기뻐한다. 이후 마도가 호스피스에서 니나에게 전화를 걸어왔을 때도, 니나는 마도가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도와 니나가 다시 재회하며 춤을 추는 장면은 특별하다. 그들에게는 아무 음악도 없다. 그들에게 익숙했던 노래가 그들의 머릿속을 맴돌 뿐이다.
아파트
Their apartment
마도와 니나는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집에 각각 살고 있다. 두 집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같지만, 서로 대칭적이다. 이런 두 집은 포개었을 때, 완전히 겹쳐지지 않는다. 이는 마치 그녀들의 마음과 같다.
그녀들은 같은 엘리베이터도 타고, 넓지 않은 복도는 길지 않아서 좋았다. 그들이 처음 만난 장소는 로마였고, 니나가 마도가 있는 곳으로 이사를 왔다. 니나에게 자신의 집은 새로운 장소였지만, 마도의 집은 그녀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자란 곳이었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두 집처럼 완전히 합치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니나는 언제든 마도의 집을 드나들 수 있었다. 하지만 마도가 병원에 입원하자, 니나는 이전처럼 자유롭게 마도를 볼 수 없었다. 손 뻗으면 닿을만한 곳에서 살고 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친한 이웃'은 마도의 집으로 마음대로 건너갈 수가 없었다. 결국 니나는 몰래 방문해서라도 마도를 마주하고, 간병인을 협박해서 마도의 곁에 머물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마도의 딸인 앤에게는 자기 자신을 어머니의 이웃이라고만 생각하도록 남겨두며, 긴 시간 동안 함께한 과거를 감춘다. 그래서 이 과거를 미심쩍게 알게 된 앤은 헷갈리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여자인 애인과 함께 지내왔다는 것, 그 시작이 아버지와 결혼생활 도중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니나가 이 사실을 숨겼다는 것. 많은 이유들로 앤은 니나를 피한다. 어떤 이유가 큰 비중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동시에 찾아온 혼란이 앤에게 충격이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앤과 그녀의 동생 프레드릭이 니나에게 알리지 않고, 마도의 집 열쇠를 바꾸고 마도를 호스피스에 보낸다. 그 호스피스의 이름을 알게 된 니나는 그곳으로 찾아가, 마도를 데리고 나간다. 그들이 향한 곳은, 이전에 늘 함께 시간을 보내던 마도의 집이 아니라 니나의 집이다. 간병인을 협박한 것에 대한 보복을 받은 니나의 집은 쑥대밭이 되어있고, 그들이 함께 모아온 이사 자금도 사라져있었다. 로마로 가서 행복한 나날을 꿈꿨던 마도와 니나는 결국 엉망이 된 니나 집에 갇히듯 도망쳤다. 하지만 그들이 로마로 가고 싶어 했던 이유는 지금 니나의 집에서 함께 춤을 추는 이유와 같다.
2021년 07월 14일 CGV 용산아이파크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