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이트(The night, 2020)
2021년 7월 20일 화요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더 나이트' 시사회에 다녀왔다. 어떤 제작진인지는 물론이고, 어떤 장르인지도 모른 채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하기에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해당 시사회는 키노라이츠에 응모 및 당첨되어 참석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친구 집에서 저녁식사를 한 '바박'과 '네다'는 어린 딸을 데리고 깊은 밤 집으로 향한다. 내비게이션이 먹통이 되고, 그들은 길을 잃는다. 친구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판단한 그들은 호텔 노르망디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다. 만실이기 때문에 호텔 지배인은 그들에게 하나 남은 스위트룸을 내준다. 치통이 있던 바박은 음주와 운전으로 피곤해, 바로 잠에 빠진다. 하지만 그의 가족이 머무는 방에 불쾌한 사람들이 계속해서 찾아온다. 그의 이성을 방해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바박은 무사히 아침을 맞을 수 있을까?
아침
The morning
네다와 계속해서 마주치는 어떤 노인은 그녀에게 이렇게 반복한다. 네다는 그가 말하는 진실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녀는 거짓을 말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대사에서 말하는 진실은 '상대방에게 털어놓아야 하는 비밀'에 가깝다. 네다는 진실을 왜곡한 적은 없지만, 은폐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박이 미국에 있던 동안, 네다는 혼자 이란에 남아 있었다. 그 기간 동안 네다는 바박과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배우자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처지라고 여긴 네다는 아이를 낙태한다. 네다가 이를 바박에게는 숨겼기에 그는 알지 못했다.
네다가 어린 남자아이가 엄마를 찾는 환영과 소리를 계속해서 듣게 된다. 처음엔 방문을 두드리며 엄마를 찾던 아이를 방문 앞에서 보게 된다. 네다가 문을 열어주자, 이 아이는 어떤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되돌아간다. 그 뒤로는 발자국 소리의 형태로 네다에게 나타나며, 방 안에서 엄마를 부르는 소리를 네다뿐 아니라 바박도 듣기도 한다. 이후 어린아이가 아버지에게 진실을 말하자고 하고, 네다는 바박에게 낙태 사실을 털어놓는다. 해가 뜰 시간이 다가오지만, 아침은 여전히 오지 않는다.
네다는 이제 바박의 차례라고 말한다. 그가 자신에게 털어놓지 못한 진실이 있어서 아침이 오지 않는 거라고 말한다. 이에 바박은 네다에게 숨기는 거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네다가 보지 못하는 소피아의 환영을 보게 된다. 그녀의 이름과 사용하는 언어가 영어인 것으로 보아, 바박이 미국에 있었을 때의 연인으로 보인다.
숨겨진 진실은 온전하게 혼자서는 해처럼 빛나지 못한다. 바박과 네다는 이것 때문에 악몽에 시달리듯 하룻밤을 보낸다. 바박이 떠난 이후 소피아가 죽음을 맞이했다는 소식을 직감하고, 악몽에서 그녀의 시신이 병원 영안소에 누워있는 장면을 본다. 그 이후 잠에서 깨어난 바박은 주변을 살펴본다. 네다와 딸도 바박의 곁에서 곤히 잠을 자고 있다. 바박은 담배를 피우며 안도한다. 그러나 아직 아침의 태양은 떠오르지 못했다. 과연 그가 감춘 진실은 그에게 아침을 가져다줄까?
거울
The mirror
바박은 호텔 엘리베이터 앞에서 어떤 그림과 마주친다. 이 그림은 마치 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과 비슷해 보인다.
작품 속 남자는 거울을 바라보고 있지만, 거울에는 본인의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이 투사된다. 이는 오싹한 느낌을 유도하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영화 초반에는 그림으로 등장하지만, 후반부에는 바박이 실제로 거울을 통해서 본인의 뒷모습을 보게 된다.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마친 바박은 거울을 보며 안심한 바박은 몸을 돌려 나오려고 한다. 하지만 거울 속 바박은 여전히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이에 놀란 바박이 다시 거울 앞으로 다가가자, 이번엔 거울 속 바박이 슬며시 뒤를 돈다.
털어놓지 못한 진실을 부정하던 바박은 겨우 악몽에서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했다. 네다는 그들의 아이를 낙태한 적도, 그의 연인이었던 소피아가 그를 원망한 적도 없었을 거라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그는 여전히 진실을 마음속에 꽁꽁 동여매며 외면한다. 그래서 거울에 비친 바박도 그를 외면한다. 지금 이 순간이 여전히 꿈 속일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안고 있는 죄책감이 이미 그의 삶을 악몽처럼 바꾸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악몽
The nightmare
꿈속에서는 고통을 느낄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치통을 느끼는 바박은 지금껏 일어난 일들을 현실이라고 본다. 이런 그가 경찰과 대화할 때, 이런 일들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꿈이었는지 알게 된다. 흔히 우리가 주변에 꿈 이야기할 때, 그것을 꿈이라고 인지 못한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지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런 각성도 서산에 태양이 넘어가듯 금세 사라진다. 경찰이 방 안에 남자아이든 누구든 아무도 없다고 확인해 준 후에 누군가 방문을 두드린다. 동료일 거라는 경찰의 말에 바박이 문을 열어준다. 문 앞에 서있는 인물은 바로 그 경찰이었고, 방 안에 있던 경찰은 사라졌다. 잠시 안도했던 바박은 다시 혼란스러워진다.
이처럼 바박에게 악몽을 안겨주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치통 때문에 힘들어하는 바박은 알코올 성분이 들어간 가글을 사용한다. 거기다가 친구 집에서 음주도 했다. 이 때문에 그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지, 혹은 술 때문에 착란을 느끼고 있는지 헷갈려 한다. 곁에 술을 마시지 않은 아내 네다가 있지만, 자신의 상태를 믿을 수 없는 바박은 그녀 또한 믿을 수 없다. 그들은 집으로 향하는 도로에서 무언가를 들이받고 차에서 내리지만, 길에는 아무 흔적도 찾을 수 없다. 또한 갑자기 사라지는 사람들, 기괴한 손을 가진 호텔 지배인 등 믿을 수는 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진다.
하지만 바박을 가장 헷갈리게 하는 것은 바로 그 안에 잠재된 죄책감이다. 네다에게 보이던 어린 남자아이는 바박에게도 보이게 되지만, 소피아는 바박에게만 보인다. 이는 네다의 죄책감이 그에게도 전이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바박에게는 네다와 소피아를 향한 미안함이 그의 악몽에 투영되자, 그는 그것이 악몽이든 현실이든 빠져나올 수 없는 늪처럼 몰입하게 된다.
2021년 07월 20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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