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라는 액자에 대하여

인질(Hostage: Missing Celebrity, 2021)

by 우린

2021년 8월 10일 화요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인질' 시사회에 참석했다. 제목과 배우가 말해주는 것 외에는 아무 정보 없이 영화를 관람했다. 그리고 메가박스의 돌비 시네마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봤는데, 점차 격이 높아지는 영화관이 날로 심해지는 코로나로 인해 멀게 느껴지는 것이 아쉬웠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해당 시사회는 키노라이츠에 응모 및 당첨되어 참석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인질(Hostage: Missing Celebrity)'

줄거리

배우 황정민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행사에 참여한다. 일정이 모두 끝나고 귀가한 그는 인적 드문 곳에서 알 수 없는 괴한들에게 납치된다. 의자에 묶인 채로 정신을 차린 정민은, 그 장소에 인질이 자신뿐만이 아님을 알게 된다. 괴한들은 이들에게 몸값을 요구하고, 정민은 이 상황을 '몰래카메라'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남양주 카페 사장'에게 어떤 최후를 가져다주었는지에 대한 영상을 정민에게 보여주자, 그는 비로소 현재 상황이 '실제'임을 깨닫는다. 과연 배우 황정민은 영화 같은 범죄 속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카메라 앞의 배우
The actor before cameras



배우 황정민은 영화 제작 행사에서 카메라들을 향해 포즈를 취한다. 오른쪽으로 한 번, 왼쪽으로도 한 번, 따봉 한 번 해주세요. 이전에 수상소감으로 했던 명언도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이런 모든 요구에 그는 응한다. 하지만 이것은 고작 시작일 뿐, 앞으로 더 많은 요구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내 입장에선 돈 많은 대스타가 떡하니 나오는데 보고 지나칠 수가 없잖아?"


영화 초반에 괴한들의 시점 쇼트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마치 포식자가 먹잇감을 노리듯, 고급 외제차를 '물색'한다. 그리고 우연히 정민이 이들에게 '포착'된다. 이들은 카메라를 벗어나 촬영장 밖으로 나온 배우도 특별한 존재로 취급한다. 이들이 정민을 향해 묻는 질문이나 요구는 모두 정민의 '인간다움'을 확인하려는 의도를 갖는다. 살려달라고 애원해보라는 태도, 같이 갇혀있는 인질을 배신해보라는 명령은 굉장히 폭력적이다. 이런 비인간적인 행동들을 통해서 정민의 인간성을 판단하려는 아이러니가 짙게 드러난다.


회유와 설득으로 괴한들의 아지트를 빠져나가려는 그의 시도는 여러 번 좌절된다. 그나마도 정민의 말을 잘 들어주는 괴한은 나사가 빠진듯한 행동 때문에 그들을 완전히 돕지 못하고 희생된다. 결국 정민은 인간다움을 '연기'하기 시작한다. 배우도 인간이라는 쉬운 명제를 굽이굽이 돌아가며 부정하려는 괴한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그는 인간적인 배우가 되기로 한다. 그들의 명령처럼 반말 아닌 존댓말을 사용하고, 애절하게 목숨을 구걸한다. 여기서 인간다움은 보편적인 의미보다는 바닥으로 추락한 듯 처절하고 이기적인 면을 의미하며, 이는 괴한들이 강요하는 인위적인 '인간다움'이다.


하지만 이때 정민이 펼치는 연기는 작위적이지 않다. 그의 뛰어난 능력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인간이란 사실 여러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민은 정의로운 인물이기 때문에,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연기다.'라고 하는 것은 이분법적 사고다. 이는 마치 동전에는 앞과 뒤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삼각형, 사각형에서 더 나아가 무수한 각을 지닌 도형, 원처럼 인간의 면도 이처럼 다양한 것이다. 그러나 괴한들은 이런 정민의 연기에 '속았다'라고 말할 뿐, 끝까지 인간다움에 대해 무지하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인질(Hostage: Missing Celebrity)'




인질들
The hostages



표면적으로는 인질이 총 3명(카페 사장, 카페 직원, 황정민)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괴한 집단 내부에도 인질들이 존재한다. 총 5명의 괴한들은 박기완 그리고 나머지 일원들로 나누어진다. 이들은 기완과 함께 수감생활을 하던 인연으로 외제차를 불법으로 매매해왔다. 교도관들은 이들의 대장은 기완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들은 철저하게 기완의 명령을 따른다. 기완은 범죄로 손에 넣은 돈을 관리하고 있으며, 이를 권력으로 휘두른다. 범죄에 가담한 몫을 챙기려는 목적, 그리고 어머니의 치료비를 받으려는 사연을 갖고 기완의 말에 순종한다. 돈을 위해서 기완 밑에 있는 이들은 인질로 잡혀있는 정민과 큰 차이가 없다. 기완이 자리를 비웠을 때, 허락되지 않은 행동을 하면 기완에게 이르겠다는 으름장이 괴한들 사이에서도 여러 번 등장하기도 한다.


물론 돈만을 위해서 기완에게 충실하다고는 할 수 없다. 수감생활에서 함께 쌓아온 그들만의 의리가 존재했을 것이다. 그래서 먼저 경찰에 잡힌 일원은 인질들이 잡혀있는 장소를 취조 받지만, 차라리 죽음을 택하려는 극단적인 태도도 보인다. 하지만 샛별이 탈출하려던 인질이 쏜 총에 맞고 쓰러지자 이 괴한들 내부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샛별은 당장 병원에 가야 하는 긴급한 상태였지만, 기완으로부터 받은 돈이 없어서 꼼짝없이 쓰러져서 죽음을 맞이한다. 이를 지켜봐야만 했던 염동훈은 자신 또한 기완의 인질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돈을 입금시키지 못한 인질을 망설임 없이 죽였던 것처럼, 자신도 언제든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된다. 결국 모두 박기완 한 사람을 위한 인질이었을 뿐, 자신들을 위한 범죄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인질(Hostage: Missing Celebrity)'




영화라는 액자에 대해서
The frame called the movie



'인질'이라는 영화에는 수많은 액자들이 존재한다. 먼저, 어느 영화가 개봉을 앞둔 시점에서 정민은 행사에 참가한다. 이는 영화 속의 배우가 액자에서 빠져나와 현실에서 사람들을 대면하는 자리다. 배우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와중에서, 이를 다시 액자 속으로 넣으려는 인물들을 만난다. 필모그래피 속의 명대사를 읊어달라는 부탁이나, 스크린 속의 모습과 비교당할 때 그러하다.


배우로서의 능력은 이 액자를 얼마나 잘 드나들 수 있는 지로 평가되기도 한다. 의사 배역을 받았다면, 실제 병원에서 의료진 모습을 보며 연구하기도 한다. 자전적인 서사라면, 머릿속의 기억을 더듬어 몰입하기도 한다. 이처럼 액자 밖에서 학습한 것을 안으로 끌어오기도 하며, 자신만의 액자 속에서의 경험을 스크린으로 끌고 나오기도 한다.


이 영화의 경우에는 아주 특이한 액자를 갖는다. 배우 황정민이 배우 황정민을 연기해야 하니, 거울 같은 액자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황정민 씨가 실제 그의 성격일지 알 수 없지만, 그가 배우를 내려놓은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목숨이 걸린 납치 사건이 일단락되고, 배우 황정민이 납치되었던 일화가 영화로 제작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정민은 카메라와 대면하지 않고, 멀찍이 동료 배우를 응원하고 있다. 거기에는 정민의 역할을 하는 배우가 의자에 묶여있고, 기완을 연기하는 배우가 그를 협박한다. 잠시 쉬는 시간이 되고 납치범 역할의 배우가 정민에게 다가온다. 정민은 마치 기완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처럼 위압감을 느낀다.


언제 다시 연기를 시작할 거냐는 질문을 들은 정민은 너스레를 떨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쓴웃음을 보인다. 수만 번 액자를 능숙하게 드나들던 정민은 특이한 액자를 마지막으로 벗어나, 멀찍이 그것을 바라보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인질(Hostage: Missing Celebrity)'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인질(Hostage: Missing Celebrity)'














2021년 08월 10일 메가박스 코엑스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27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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