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을 의미하는 1

정글 크루즈(Jungle Cruise, 2021)

by 우린

2021년 7월 28일 수요일 CGV 서현에서 정글 크루즈를 관람했다. 역시나 특별한 정보 없이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movie_image_1.jpeg 출처: 네이버 영화 '정글 크루즈(Jungle Cruise)'

줄거리

'릴리 휴튼'은 남동생 맥그리거의 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는 꽃 '달의 눈물'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다. 하지만 위원회는 그녀가 전설 속의 식물을 쫓고 있다며 그녀의 논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릴리는 기록 보관소로 가서 그 꽃을 얻기 위해 필요한 '화살촉'을 훔친다. 휴튼 남매는 꽃을 직접 구해오기 위해서 아마존으로 가서 키스퍼(선장) '프랭크 울프'를 만난다. 정글에서는 무엇이든 당신을 죽일 수 있다는 프랭크의 경고에도,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릴리는 전설의 지도를 만든 사람을 만나고 꽃의 존재를 확인한다. 반면, '달의 눈물'을 쫓는 사람은 휴튼 남매만이 아닌데, 과연 '달의 눈물'은 누구를 위해 활짝 피어날 것인가?




모든 전설은 사실에서 출발한다
Every legend begins at a fact


축제 때 술 마시고 동상 위에 올라탔다던 학교 선배의 명성에서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 웅녀까지 모두 전설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전설은 가벼운 이야기부터 역사까지를 아우르는 단어다.


반면 우리는 '전설'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허구의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혹은 과거에는 존재했으나,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로 인식할 때도 있다. 시작이 사실이었다고 그 결말이 여전히 사실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글 크루즈'는 어떤 전설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까?


릴리 휴튼 박사는 과거 아기레가 탐험하며 그린 지도를 들고 '달의 눈물'을 찾아 떠난다. 그녀의 논문을 인정하지 않은 위원회는 이 지도를 그저 허구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녀에게 이 지도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그녀는 아마존에 도착해서 선장을 구하기 위해 닐로를 찾아간다. 그는 대부업으로 그 지역의 보트들을 다수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랭크 역시 닐로에게 하나밖에 없는 보트의 모터를 압류당했지만, 이를 다시 훔쳐내려고 닐로의 사무실에 잠입한다. 프랭크는 의도치 않게 닐로인 척하며 릴리가 제안하는 돈을 받아내려 하지만 얼마 못 가 '진짜' 닐로가 나타나 그의 계획은 무산되고, 릴리는 그에게 화를 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녀가 선장으로 선택한 것은 닐로가 아닌 프랭크다. 프랭크는 닐로에겐 없는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릴리가 꽃을 찾기 위해서는 많은 수수께끼들을 풀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전설과 마주하게 된다. 그녀가 들고 있던 지도의 제작자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대화를 나누는 순간 그녀 역시 전설의 부분이 된다. 결국 '정글 크루즈'는 과거의 사건이 현재에 와서 사실이 되는 이야기다.


물론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2년 후다. 릴리와 프랭크의 일화는 과거의 사건이기에, 이를 현재에 사실로 만들 수 있다면 우리도 전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정글 크루즈(Jungle Cruise)'




전설을 믿는다면, 저주도 믿어라
If you believe a legend, trust a curse too


"돌고래의 눈을 바라보면 악몽을 꾼다."


전설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면, 여기 전설에 비해서 가치 절하된 '저주'가 있다.


사실 전설과 저주는 크게 다르지 않은 맥락이다. 전설에서 빠지지 않는 것도 역시 저주다. 전설과 저주의 관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로, 전설이 저주를 포함하는 관계(전설⊃저주)다. 주인공이 어떤 주문에 걸리거나 고난에 빠지는 모습이 먼저 보이고, 그것을 극복해가는 형태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인 오디세이아도 이 구조로 풀려나간다.


두 번째는 전설과 저주가 서로 대립하는 관계(전설↔저주)다. 이 둘이 서로 반대의 결말을 갖기 때문이다. 저주가 등장하는 순간, 이는 주인공에게 위기가 된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장면에서 저주는 힘을 잃고, 그 이야기는 전설이 된다.


하지만 이 두 가지의 관계 중 어느 것이 옳은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 두 관점을 통해서, 저주와 전설의 관계가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포함의 관계에서 저주를 부정하는 것은 전설의 부분만 수용하므로 불완전하다. 대립의 관계에서 저주를 배제하는 것은 맞부딪힐 손이 없는 박수와 다름없다.


극중 프란시스코는 전설을 믿는다면, 저주도 믿어야 한다고 말한다. 전설과 저주는 그의 존재 자체이기 때문이다. 전설이 사람들을 통해 수백 번 구전된 것처럼 그의 저주도 긴 시간 반복되어 왔기 때문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정글 크루즈(Jungle Cruise)'




충분의 의미
Enough


릴리가 '달의 눈물'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유는, 그것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효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반면 아기레는 자신의 딸을 구하기 위해 만능 치료 약을 찾아떠난다. 다수를 위한 릴리 그리고 단 한 명을 위해 출발한 아기레. 이들의 여정은 계기부터 대비된다.


이들이 이끌고 간 인원에서도 그 차이는 확연하다. 지식인 위원회에서 논문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릴리는 혼자서 아마존으로 떠나려 한다. (누나를 혼자 보낼 수 없다는 남동생 맥그리거 그리고 선장 프랭크까지 합세해서 총 3명의 팀이 최종적으로 구성된다.) 반면, 아기레는 프란시스코를 포함해 여러 명의 군대를 이끌고 나선다.


"단 한 개만 가져갈 수 있다."


달의 따뜻한 빛을 받은 나무는 수많은 꽃을 피운다. 릴리와 프랭크에게 단 한 송이의 꽃만 내주겠다는 요하임의 명령을 따라야만 한다. 그러자 릴리는 흔쾌히 프랭크를 죽이고 꽃 한 송이를 차지하겠다고 말한다. 동료였던 프랭크의 가슴에 한 발도 아닌, 두 발의 총알을 쏜다.


"단 하나로도 충분할 수 있다."


릴리와 프랭크는 이전에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온 세상을 다 갖는 것 같이 만드는 한 가지가 있다는 것이다. 무적의 치료 약을 자신의 군대에게 사용해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요하임은 한 개의 꽃을 제외한 모든 꽃을 갖겠다는 심산이다. 이에 반대로 릴리는 단 한 송이에 만족한다.


요하임이 100을 의미하는 99라면, 릴리는 100을 의미하는 1이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한 수의 꽃을 피우는 나무가 단, 한 송이만을 인간의 손에 맡긴다. 단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가, 끝없는 마음을 채울 수 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정글 크루즈(Jungle Cruise)'


















2021년 07월 28일 CGV 서현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29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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