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 묻지 않은 불사조는 없다

피닉스(Phoenix, 2014)

by 우린

2021년 7월 29일 목요일, CGV 압구정에서 '피닉스'를 관람했다. 이번에도 역시 아무 정보 없이 영화로 바로 뛰어들었다. 지금 글을 쓸 때도 여운이 정말 많이 남아서, 여러 번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피닉스(Phoenix)'

줄거리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넬리'는 친구 '레네'의 도움으로 안면 부상을 치료받는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소식이 끊긴 남편 '조니'를 찾아 헤맨다. 우연히 넬리와 조니는 다시 만나게 되지만, 그는 넬리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녀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다. 하지만 어딘가 아내와 닮은 넬리에게 자신의 아내인 척 연기를 부탁한다. 왜 조니는 아내를 찾기보다, 아내로 보이는 사람을 만들어내려고 했을까? 자신을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아내처럼 머물러 달라는 그의 부탁을 거절 못 하는 넬리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새 얼굴이 주는 이득
A benefit which new face brings


얼굴과 머리를 붕대로 감은 채 넬리는 간신히 병원으로 향한다. 여러 총상으로 인해 얼굴 수술을 받아야 하는 그녀에게, 원하는 얼굴이 있는지 의사가 묻는다. 이에 그녀는 그저 본래의 얼굴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유행하고 있거나, 꾸준히 인기가 있던 얼굴도 의술적으로 가능하지만, 그녀의 원래 모습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비보를 듣는다. 의사는 '새 얼굴이 가져다주는 이득'이 있다고 말하며, 이전의 얼굴로 돌아가려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유대인인데 왜 돌아오셨죠?"


사실 의사의 이런 태도는 그가 넬리를 처음으로 만났을 때 던진 질문과 일맥상통한다. 유대인에게 베를린은 돌아가고 싶지 않은 기억이며, 넬리에게 이전의 얼굴은 되찾을 수 없는 과거다. 유대인은 베를린뿐 아니라 독일을 떠나고 있고, 새로운 얼굴로 과거를 잊고 싶어 한다.


하지만 넬리는 다르다. 베를린은 돌아가고 싶은 도시였고, 과거에 찍은 사진 속 얼굴을 거울 속에서 마주하고 싶었다. 그녀도 팔레스타인으로 가서 유대인의 나라를 재건할 수 있었고, 새로운 인상으로 새 출발을 할 수도 있었다. 결국 그녀는 '안면 복원'으로 부르고 싶은 '안면 재건' 수술을 받는다. 수술 전에 마취가 이루어지고, 넬리는 꿈속에서 조니의 모습을 어렴풋이 본다. 그녀가 그토록 이전의 모습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이유가 조니에게 있었다. 그녀가 갈 수 있는 팔레스타인에는 조니가 없다. 그녀가 다른 얼굴을 선택하는 순간, 조니의 기억 속 넬라는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회복을 하고 있는 입원병동에선, 얼굴 잃은 사람들이 사진들을 들고 눈물을 흘린다. 그 사진들은 안면수술을 위해 참고하기 위한 환자들의 얼굴이 찍힌 사진들이었다. 넬리 역시 잃어버린 자신을 보고 슬퍼한다. 하지만 그녀와 주변 환자들이 잃은 것은 비단 얼굴만이 아니기에, 회복 후 자신의 얼굴마저 본인 얼굴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넬리의 얼굴뿐만이 아니다. 폐허가 된 베를린과 독일 역시 전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기는 매 한가지다. 이는 패전국이기에 당연하다는 주장과 관계 없다. 도시든 사람이든 한 번 상처를 입으면 그 전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완벽한 복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출처: 네이버 영화 '피닉스(Phoenix)'




넬리 그리고 에스터
Nelly and Esther


우연히 여러 번 넬리와 마주친 조니는 넬리에게 자신의 아내처럼 연기할 것을 요구한다. 아내가 수용소에서 죽었지만 그 증거를 찾을 수 없어, 그녀의 유산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조니가 넬리에게 이름을 물어보자, 그녀는 에스터라고 속인다.


"넬리는 모든 걸 연기해. 배우는 아니지만"


넬리는 한 가지가 아닌 두 가지의 연기를 병행해야 한다. 넬리는 기본적으로, 조니에게 낯선 여자 '에스터'인 것처럼 연기해야 한다. 친구 레네는 조니의 고발로 넬리가 수용소로 잡혀간 것이라고 말하며, 그를 '배신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넬리는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이라며, 그와 재회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자신이 아내인 것을 알게 되면 어디론가 또 사라질 조니기에, 그녀는 그 앞에선 그저 '아내와 닮은 여자'여야만 한다.


그와 친구들 앞에서 펼쳐야 하는 아내 '넬리'의 연기가 그녀가 맡은 두 번째로 맡은 배역이다. 조니가 일러주는 머리의 색, 화장으로 변신해야 했고, 글씨체도 따라 써야 했다. 이는 그녀가 그저 있는 대로 행동하면 되는 것이기에 아주 쉬운 연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작위적인 연기였다. 조니가 만들어내는 '넬리'의 모습은 수용소와는 동떨어지고 한없이 행복해 보이기 때문이다. 정작 그녀는 수용소에서 얼굴을 붕대로 두른 채로 겨우 빠져나왔기에, 완벽하게 재연하는 연기는 사람들에게 들킬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는 반대로, 그 아무도 이를 수상히 여기지 않았고, 그녀에게 수용소에서 겪은 고초에 대해 잔인하게 무관심하다.


넬리는 이 두 가지 연기를 계속 해나가면서, 조니와 대화를 하며 그와 사랑에 빠졌던 그 순간으로 되돌아간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녀는 그와의 추억을 질문의 형태로 끄집어낸다. 그가 가진 유일한 아내의 유품인 신발을 넬리에게 신어보라고 한다. "당신이 아내에게 사주었나요?" 당연히 맞을 신발을 신는 그녀는 답을 이미 알고 있는 질문을 그에게 던진다. 혹은 아내의 눈 색깔을 물어보면서, 자신을 얼마나 기억하는지 묻기도 한다. 조니는 이 질문들의 답을 알고 있긴 했지만, 그에게는 무의미한 질문들이었다. 그는 오로지 자신이 정해준 연기만을 넬리가 하길 바란다.




출처: 네이버 영화 '피닉스(Phoenix)'




조니 그리고 요하네스
Johnny and Johannes


넬리는 이전에 애칭으로 불렀던 것처럼 그를 '조니'라고 부른다. 하지만 조니는 자신의 본명인 '요하네스'라고 부르게 한다. 넬리를 수용소에 고발한 이후로, 그는 더 이상 넬리를 사랑하는 조니가 아닌 요하네스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조니가 요하네스로 살면서 이름만 달리 불린 것은 아니다. 피아니스트였던 그는 음악을 관둔 듯, 베를린의 '피닉스(Phoenix)'라는 나이트클럽에서 잡일을 한다. 밤이면 음악과 화려한 조명이 넘쳐흐르는 곳이지만, 그는 연주하지도, 듣지도 않는다.


이런 조니가 넬리를 만나서 연기를 시키면서, 그녀에게서 아내의 모습이 정확하게 보일 때마다 신기해한다. 그녀가 아내의 쇼핑 리스트의 필체를 정확하게 따라 하자, 조금 겁을 내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넬리가 그의 아내라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 채, 완벽하지 않은 필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점차 자신의 기억 속의 아내처럼 변해가는 넬리를 보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반면, 그가 넬리에게 요구하지 않는 연기도 있다. 어느 날 조니 때문에 그녀가 수용소로 잡혀간 사실을 확인한 넬리는, 의도하지 않은 비극이라며 조니를 감싸게 된다. 이런 넬리에게 조니는, 연기의 대상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라며, 자신을 속이려고 하지 말라고 화를 내기도 한다. 또한 그의 아내가 가수였지만, 넬리에게는 노래를 연습시키지 않는다. 아내의 노래야말로,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는 그녀가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자신은 피아노를 연주해야 했기에,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에 거부감이 들었던 걸 수도 있다.


넬리에게 연기를 제안한 건 조니였지만, 이 비극의 연기자는 넬리뿐만이 아니다. 조니 역시 돌아온 아내를 감격스럽게 맞이하는 연기를 펼쳐야 했기 때문이다. 이 연기의 합을 미리 맞춰 본 둘에게 드디어 연기를 펼칠 날이 다가왔다. 기차역에 넬리가 탄 열차가 들어오고, 조니와 친구들이 서있는 승강장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 순간부터 넬리는 길었던 연기를 끝내고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반면 이를 모르는 조니는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의 연기를 이제야 시작한다. 조니의 친구들이 넬리가 돌아왔다는 것을 거의 믿을 즈음에 넬리는 갑작스럽게 반주를 요청하고, 조니는 과거처럼 피아노 연주를 시작한다. 그리고 연주가 끝나갈수록, 그는 넬리의 연기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출처: 네이버 영화 '피닉스(Phoenix)'





출처: 다음 영화 '피닉스(Phoenix)'














2021년 07월 29일 CGV 압구정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88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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