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어페어: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
2021년 11월 2일 화요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러브 어페어: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 시사회에 참석했다. 말하지 않은 것, 하지 않은 것에도 눈길이 가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해당 시사회는 키노라이츠에 응모 및 당첨되어 참석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막심'은 '프랑수와'와 '다프네' 부부의 집에 방문하는데, 프랑수와는 일이 생겨 다프네가 그를 맞이한다. 막심과 다프네는 서로 각자의 연애 이야기를 들려주고 경청한다. 그렇게 그들의 과거의 이야기가 진행되어 현재에 도달하게 된다. 이미 지난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각자의 이야기는 무엇을 말하고 어떤 일들이 담길까?
사랑은 감정에 포함되는가, 감정을 포괄하는가
Love is included in emotion or includes emotion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막심의 말에, 다프네는 곧장 그것이 사랑 이야기인지 묻는다. 그러자 막심은 어디까지나 감정에 대한 글이라고 말한다. 과연 막심은 사랑 아닌 감정에 대해 글을 잘 풀어 나갈 수 있을까?
이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사랑과 감정의 다양한 관계에 대해서 말한다. 막심과 다프네가 중심적으로 사랑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데,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수많은 연인들이 얽혀있다. 이 연인들은 연쇄적으로, 그리고 동시적으로 인연을 맺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들 중에는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한 쌍처럼 긴 세월을 보냈지만, 정작 본인들은 서로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 없는 인물 두 명이 등장한다. 한편 자타 공인으로 서로 상극이라고 여기는 인물들이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이 밖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이라는 개념으로 자신들이 맺고 있는 관계를 정의한다.
이들의 관계를 살펴보면, 사랑에는 많은 감정들이 관여한다. '상드라'는 어떤 상대와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홀연히 어느 내기에 걸고 놓쳐버리기도 한다. 그녀의 사랑을 즉흥적으로 운에 맡겨버린 것이다. 반면 다프네는 짝사랑하고 있는 상대에게는 기대할 수 없는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기도 한다. 이들은 상대방에게 느끼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는 걸 분명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혼란스러워한다. 또한 프랑수와와 다프네는 서로를 곡진하게 여기는 것을 각자 반대되는 감정에서 찾기도 한다. 프랑수와는 다프네의 존재에서 그 사랑을 확인하며, 다프네는 프랑수와의 부재에서 오는 애틋함에서 사랑을 확신한다.
사랑이 감정의 종류 중 한 가지 일지, 아니면 여러 감정들이 사랑으로 불리는 것일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기쁨과 슬픔 같은 감정은 원자처럼 분리되기도 하지만, 사랑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사랑은 원자보다는 분자에 가깝다. 원자와 분자에 대한 비유가 와닿지 않다면, 사랑은 감정의 복합체라고 할 수 있다. 사랑 안에는 수많은 감정들이 녹아들어 가 있으며, 그것들을 별개로 바라보는 순간 사랑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다. 또한 사랑은 그저 감정들의 혼합물이 아니다. 만약 그것이 감정들의 집합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는 대신 감정 종합세트라고 일컬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감정들이 모였을 때 그것은 사랑으로 부를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나고 짜릿하게 행복한 감정들을 설명할 단어가 '사랑'밖에 없을 때, 그때 사랑이 된다.
두 할머니
Two different grandmothers
상드라에게는 친할머니와 외할머니가 있다. 두 분은 물론 서로 다른 사람이기도 했지만, 사랑에 관해서도 판이한 길을 걸었다.
한 분은 남편에게 충실했으며, 결혼생활도 원만했다. 그녀는 대놓고 바람을 피운 적은 없었지만,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에도 결혼은 유지되었지만, 그녀는 사람들에게 부정한 아내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반면 다른 할머니는 결혼과 연애를 구별되는 것으로 공표했다. 그녀는 애인들에게 감정적으로 솔직했고, 남편과 가족들에게도 견실한 마음을 드러내 보였다.
상드라는 두 할머니 중 어느 쪽을 더 닮았는지 고민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 할머니는 자신의 감정에 진솔했고, 가족과 남편으로부터 인정받은 반면, 다른 할머니는 떳떳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두 분의 차이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들의 결혼생활은 유지되었다는 공통점에도 눈길이 간다. 프랑스의 결혼이란 제도적인 부분 없이도 인정되는데, 한국의 결혼관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그들은 혼인신고라는 정식 행정처리 없이도 동거를 하며 가정을 꾸릴 수 있다. 혼인신고에 따른 소득세 감면 혜택은 동거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어느 할머니가 더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있고, 어느 태도가 바람직한 지는 상드라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 대신 자신의 감정에 얼마나 솔직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드라는 주목한다. 이는 상드라에만 한정된 고민이 아니었다. 영화 속의 인물들이 다양한 연애관을 갖고 있고, 서로 의견을 나눈다. 자신은 사랑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임한다고 확신했던 인물이 변화를 겪기도 한다. 혹은 반대로 변화무쌍했던 과거를 가진 인물이 어느 가치관에 정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이 이 수많은 연애관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서로 다른 할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상드라처럼 말이다.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
What we say and behave
영화의 부제가 심상치 않게 길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우리가 말하는 것'은 막심과 다프네가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것'은 인물들이 영화에서 하는 행동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잠시 생각해 보니 결국,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것이 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그들이 말하는 것뿐 아니라 말하지 못한 것도 서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행동한 것만큼 행동하지 않은 것 또한 마찬가지다. 영화에는 서로 터놓고 이야기해서 생긴 문제도 존재하고, 속마음을 보여주지 못해서 곪아버린 문제도 있다. 특히 막심의 입장이 독특한데, 그는 어떤 관계의 당사자이기도 하지만 간접적으로 상황을 알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친구 커플이 서로에게는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를 양쪽에서 듣게 된다. 이 커플은 막심에게 비밀을 말하지만, 이 사실을 반려자에게 숨긴다.
이처럼 영화에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솔직한 인물과 그렇지 않은 인물이 대비되어 등장한다. 전자는 자신이 여러 인물에게 사랑을 느낀다고 고백하고, 후자는 그런 마음을 애써 털어놓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비밀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느낀 사람은 진솔한 대화를 통해 접근한다. 반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사람은 최대 이 사실을 숨기려고 한다.
어느 인물의 태도가 바람직하다는 논제 말고도, 이 둘이 그렇게 행동한 이유에 집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인물들이 상반되는 태도로 상대방을 대하고 있지만, 그 동기는 모두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고 배려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진실을 토로하는 것과 감추는 것이 같은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라니 다소 아이러니한 결론에 도달해버린다.
이 영화는 마치 구전동화처럼 접하는 러브스토리 같다. 관객은 막심과 다프네의 입을 통해서 이들이 경험한 연애담을 듣게 된다. 막심의 이야기는 본인이 겪은 일인 동시에 다른 사람을 통해 들은 말이기도 하다. 즉, 막심은 주체적인 인물인 동시에 전달자이기도 하다. 그가 적고 싶어 했던 글은, 적히지 않은 내용도 읽어내고 싶은 글일지도 모른다.
2021년 11월 02일 메가박스 코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