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그러나 같이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おらおらでひとりいぐも, 2021)

by 우린

2021년 7월 8일 목요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시사회에 참석했다. '혼자'라고 여긴 이유가 궁금해졌고, '간다'라는 단어에서 목적지가 어딘지 알고 싶던 영화였다. 또한 '간다'라는 말은 다양하게 해석되기도 했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해당 시사회는 키노라이츠에 응모 및 당첨되어 참석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movie_image_1.jpeg 출처: 네이버 영화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Ora Ora de Hitori Igumo)'

줄거리

'히다카 모모코'는 긴 시간을 살아오면서, 혼자가 된 삶을 뒤돌아본다. 그녀는 남편 '슈조'와는 사별하고, 자녀인 '쇼지'와 '나오미'와도 따로 살고 있었다. 사랑보다 자유를 찾아 나섰던 젊은 날의 모모코, 그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혼자
Alone


모모코는 혼자보다, 여러 명에게 둘러싸인 장면으로 많이 등장한다. 가족도 있고 그녀에게 귀 기울여주는 인물들이 그녀 곁에 있지만, 그녀는 홀로된 듯한 경험을 한다. 하지만 아래에 설명할 이유들로, 그녀가 느끼는 '혼자'의 감정은 흔히 체감하는 고독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그녀는 많은 의미의 혼자로 거듭난다.


그녀가 스스로를 혼자라고 생각한 때는, 새로운 가족을 꾸리기 위해 만난 상견례 자리였다. 어떤 성장환경을 겪었는지 알 수 없지만, 모모코는 개인으로서 선택을 내릴 기회가 잘 없던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시대적인 혹은 집안의 전통을 따라서, 그녀는 이미 정해진 상대와 결혼이 약조되어 있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려진 결정 속에서 그녀는 딱 한 가지 결정을 한다. 그것은 구성원으로서 지내오던 시간을 뒤로하고 떠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정을 시작으로, 그녀는 앞으로 수많은 선택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도쿄에서 새 삶을 시작했지만, 고향 '이와테'에 있는 하카쿠산을 떠올리며 '향수'를 느낀다. 고향의 방언 대신 표준어를 사용할 때에도, 그녀는 가족과 추억을 두고 왔다는 생각에 마음 한 편을 시큰해한다. 하지만 그녀가 느꼈을 외로움과 그리움은 단지 울적한 기분뿐만은 아니었다. 그런 감정 덕분에 모모코는 새로운 인물들과 인연이 닿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게 고향의 사투리가 튀어나올 때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로 인해서 같은 지역 출신의 사람들과 서로를 알아보게 된다.


가정을 떠나 혼자가 되겠다고 선택한 것은 다른 사람 아닌 본인이었지만, 여전히 외로움은 그녀를 따라온다. 외로움이란 어쩌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과는 별개로, 인간의 영원한 친구일지도 모른다. 또한 그녀는 자신을 '새 시대의 사람'이라고 말하고, '미래를 살아갈 여자'라고 여긴다. 여기서 말하는 새 시대와 미래는, 시대적으로 바라본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자주적인 개인으로 거듭난 이후에 달라진 것들을 깨달은 시간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movie_image.jpg 출처: 네이버 영화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Ora Ora de Hitori Igumo)'




돌아보기
Looking back on the life


모모코가 회상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그 회상에는 그녀의 과거뿐 아니라 이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지나온 시간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녀는 매머드와 고생대 식물들에 대한 책을 자주 읽었으며, 심지어는 빅뱅에서부터 시작하는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그녀는 그것들이 기억력에 도움이라도 되는 듯이, 그 순서들과 낯선 이름들을 외우고 읊는다.

또한 그녀의 할머니를 떠올리며 추억한다. 여러 가지를 가르쳐 준 것에 감사하며, 할머니께 무례하게 굴었던 자기 자신에 대해 미안해한다. 할머니께서 먼저 경험한 노년의 시간이 그녀에게 다가오자, 그녀는 비로소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할머니도 그 시간이 처음이었을 텐데, 어린 그녀의 눈에는 할머니는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자신이 현재 느끼는 감정이 자연스러운 것인지를 기억 속의 할머니께 질문해 보기도 한다.

물론 모모코는 비교적 가까운 과거인, 자신의 젊은 시절도 회상한다. 현재에 일어나는 일들이 그녀의 과거 기억을 연상시킨다. 누군가와 함께였던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자, 혼자 남은 지금의 자신을 그때와 비교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이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지 끊임없이 자문한다. 그리고 그녀는 회상 속의 자신을 만나면서 위로를 받는다.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어 하면서도 자유롭고 싶었던 그 기분이, 현재의 자유롭지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감정과 겹쳐진다.

또한 모모코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법이 특이하다. 내레이션 외에도, 타인의 입을 빌려서 질문을 한다. 그녀 주변의 인물들은 계속해서 모모코를 못 믿는다는 말투로 걱정한다. 그녀는 이들의 질문에 말로 대답하는 대신, 마음속으로 그 대답을 건넨다. 이런 방식으로 대화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모모코에게 물음을 던지는 이들은, 그녀에게 답을 요구하는 인물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모모코가 스스로에게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movie_image.jpg 출처: 네이버 영화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Ora Ora de Hitori Igumo)'




세대
The mother and the daughter


모모코의 손녀 '사야카'는 홀로 살고 있는 할머니가 부럽다고 말한다. 모모코가 자유로워 보인다는 이유였다. 그제서야 자유를 찾아서 떠났던 과거의 모습을 현재의 자신에게서도 발견한다. 또한 이런 사야코의 모습은 관객으로 하여금 모모코의 어릴 적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할머니의 피부가 찹쌀떡처럼 늘어나는 게 신기한다고 했던 모모코의 어린 시절에서 사야카의 어리고 순수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모모코와 그녀의 딸 나오미 사이에도 비슷한 점이 보인다. 모모코는 어렸을 때 프릴 치마가 입고 싶었다. 그런 마음에서 나오미에게 프릴 치마를 직접 바느질해서 만들고 입혔다. 하지만 이는 나오미의 의견을 묻지 않은 행동이었다. 나오미는 그런 치마를 입고 싶지 않아 했고, 모모코 때문에 억지로 입은 것이라고 과거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나에게 일어났던 일이 나오미에게 옮겨갔어."


정략결혼을 하기 싫었던 젊은 모모코의 모습이 딸에게서도 보인다. 물론 정략결혼과 프릴 치마는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나 강제성의 정도에서 차이가 나긴 하지만, 모모코가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았다는 점에서 이는 비유처럼 느껴진다.


모모코와 딸 그리고 손녀까지, 각 세대는 자신의 입장을 기반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모모코가 할머니와의 일화를 말할 때는, 단순히 젊은 세대가 노년 세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모모코가 딸 나오미를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본인이 직접 그 나이를 경험했을 때 비로소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한다. 결국 홀로이고 싶은 그 마음은, 세대와 상관없이 모두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그제서야 모모코는 자신이 혼자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자유를 갈망하던 자신의 모습을 잊고 살았다는 것도 딸과 손녀를 통해서 깨닫는다. 그녀는 혼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마음속에 여러 사람들을 가득 담아 묵묵히 길을 나선다.


movie_image.jpg 출처: 네이버 영화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Ora Ora de Hitori Igumo)'





출처: 다음 영화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Ora Ora de Hitori Igumo)'













2021년 07월 08일 CGV 용산아이파크몰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45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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