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위한 출발

종착역(Short Vacation, 2020)

by 우린

2021년 9월 16일 목요일,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종착역' 시사회에 참석했다. 제목 때문인지 선로의 이미지를 떠올린 채로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해당 시사회는 키노라이츠에 응모 및 당첨되어 참석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종착역(Short Vacation)'

줄거리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을 앞두고 새로운 학교로 전학 온 시연이는, 사진동아리 '빛나리'에 들어가게 된다. 시연의 합류로, 연우, 소정, 송희 이렇게 4명의 친구들은 '세상의 끝'을 일회용 필름 카메라로 찍어오라는 방학숙제를 받게 된다. 개학이 다가오고, 바쁘게 방학을 보내던 그들은 시연의 제안으로 1호선의 끝, '신창역'으로 향한다. 친구들은 과연 세상의 끝을 마주할 수 있을까?




시작은 끝을 떠올리게 한다
Beginnings call ends


드라마가 시작되면 결말을 예상하게 되고, 사랑을 시작하면 이별이 떠오른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시연이와 친구들도 시작과 동시에 끝을 생각하게 된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전학 온 시연이는, 새로운 학교생활의 시작점에서 학기의 끝을 앞두고 있었다. 반 친구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을 시연이었지만, 부원이 4명뿐인 사진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친구들을 사귀기 시작한다.


기다리던 방학이 시작되고, 사진동아리 지도 선생님으로부터 '세상의 끝'을 카메라로 찍어오라는 과제를 받는다. 선생님은 젊었을 때 자주 사용했다는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학생들에게 건네며, 즐겁게 찍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거로 27장을 찍을 수 있어.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찍겠지?"


아날로그 카메라가 익숙한 선생님의 경우, 필름 한 롤로 찍을 수 있는 한계를 잘 알고 있다. 디지털카메라의 용량과는 현저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선생님은 '신중'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24장 혹은 36장으로 한 롤(

36mm 필름 카메라에 들어가는 필름의 한 통을 '롤'이라고 말하며, 24장과 36장까지 찍을 수 있는 롤이 일반적이다.)을 채워야 하기에 첫 컷과 동시에 마지막 컷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게 필름 카메라의 매력인 것이다.


이렇게 사진의 주제, 사진을 찍을 도구 그리고 사진을 찍어야 하는 기간은 인물들로 하여금 끝을 떠올리게 한다. 일단은 떡볶이를 먹으며 사진 과제를 뒤로 미루지만, 호기심이 생긴 그들은 자연스럽게 첫 번째 셔터를 누르기 시작한다.


출처: 네이버 영화 '종착역(Short Vacation)'




세상의 끝
The end of the world


친구들이 나누는 담소에는 학업과 진도가 등장한다. 누군가는 대학 영어를 선행하고 있다는 농담이 오갈 정도로, 그들에게 '끝'은 막연하다. 어쩌면 생각해 보지 않았을 주제지만, 사진 과제 때문에 그들은 계속 '끝'에 대해서 대화한다.


그들은 어떤 것의 끝은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다가오는 방학의 끝이 그러했다. 그리고 시연이는 통학하면서 봤던 1호선 노선의 끝도 분명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들은 신창역을 찾아 나선다.


"끝에 가보니, 끝이 아니었다."


한참을 지하철로 달려온 아이들은 천안역에서 경유하게 된다. 지금까지 온 시간이 아까우니, 계속 신창역으로 가보자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신창역도 천안역이랑 비슷할 것 같다며 가지 말자고 하는 의견도 있다. 이들은 결국 신창역에 도착했지만, 끝없는 선로를 보게 된다. 그 선로가 멀리 터널 안으로 이어지자, 그곳이 끝이지 않을까 추측을 해본다.


역무원의 도움으로 선로가 끊어져있다는 구 신창역으로 또다시 출발한다. 그들이 도착한 역사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곳이었다. 사람의 발길이 멈춘 곳을 두 눈으로 확인하자, 그들은 그곳이 세상의 끝이라고 여겼을 수도 있다. 끊어져있을 거라고 예상했던 선로는 찾을 수 없었지만, 그들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이 인상적인지 셔터를 누른다.




시사회에선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 추가 영상이 있었다.

이 '영상 에세이'는 예고편과 함께 올라와 있다.

아래 내용은 이를 인용해서 그들이 생각하는 '끝'을 적어본 내용이다.


"세상의 끝은 뚝 끊겨 있거나 막혀있을 것 같다."


송희는 '세상의 끝'을 벽처럼 생각했다. '시작'이후에는 다음들이 연속되어 나타나는 반면, '끝'에는 다음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송희는 신창역에 가면 끊어진 선로를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런 송희는 불투명한 유리 너머를 촬영한다.


"세상의 끝이라는 건 없는데"


소정은 '세상의 끝'의 존재에 대해서 의문을 가진다. 시간이 멈춤 없이 계속해서 흘러가는 것처럼, 우리들은 진정한 끝을 확인할 수 없다. 그래서 신천역에 가봤자, 천안역에서 봤던 것과 별반 다를 것 없다고 말한다. 이런 소정은 친구들 그림을 첫 사진으로 촬영한다. 이 사진을 시작으로 소정의 특별한 여름은 끝이 아닌 어디로 흘러갈까.


"세상의 끝이라는 게 없었으면 좋겠다."


연우는 '세상의 끝'이 있다면,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송희처럼 연우에게도, 더 나아갈 수 없는 곳이 바로 '끝'인 것이다. 그곳에서 아무 의미를 얻을 수 없다고 느낀 것인지, 연우는 그곳에 다다르면 허무할 것 같다고 말한다.


"세상의 끝이 뭔지 잘 모르겠다."


시연은 '세상의 끝'이 막연하다고 느낀다. 그 끝에 대해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유는, 시연이 살고 있는 '세상'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와서 적응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낯선 얼굴들이 가득한 학교에서, 동아리 친구들 3명부터 사귀어본다. 친구들은 왜 하필 신창역이냐고 시연에게 묻는다. 통학할 때 이용했던 1호선이 자연스럽게 시연의 세상이 되어 가고 있던 것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종착역(Short Vacation)'




종착역까지의 여정
The journey to destination


주인공들은 그들이 사는 동네를 출발해서, 끝이라고 생각하는 종착역방향으로 꾸준히 향한다. 이 여정은 마치 우리의 삶과 닮아있다. 방면이 다양한 1호선이기 때문에 이들은 노선도 앞에서 토론을 한다. 경유해서 열차를 갈아타야 하는 천안역에서는, 여행을 멈추고 되돌아갈지 고민하는 모습도 보인다. 도중의 무언가를 분실하기도 하며, 길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결국 그들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여행을 끝내게 된다. 그들이 세상의 끝에 도달했는지, 그리고 그것은 담은 사진으로 어떤 것을 최종적으로 골랐는지도 우리는 유추만 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의 여행의 결말은 실제로 어떠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영화는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들려주고 싶은 부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들은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고 토론한다. 서로의 말에 동의하는 장면도 있고, 대립하는 경우나 설득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의 비밀과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한다. 중학교 1학년의 현재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초등학교를 돌아보는 과거를 말하기도 한다. 그러고는 더 이전으로 돌아가, 부모님과 조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로도 소통한다.


"우리가 할머니가 되면 느낌 이상할 것 같아."

"나는 자연스러운 거라 괜찮을 것 같아."


오래된 주제뿐 아니라 미래도 속삭여본다. 예상보다 멀리, 그리고 길어지는 여행 때문에 걱정하실 부모님에 대해 생각하고, 혼날까 봐 걱정하기도 한다. 이보다 훨씬 더 막연한 시간이 흐른 후의 모습도 생각해 본다.

이처럼 현재의 과제를 위해 출발한 친구들은 과거를 더듬어보기도 하고, 미래를 그려보기도 한다. 오늘을 위해 하는 일들이 우리를 과거로 돌아가게도, 미래로 날아가게도 한다. 친구들의 여로는 영화의 역할과도 매우 닮아있다. 영화를 보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 행해지는 것이지만, 관람 중 혹은 관람 후에 우리는 과거나 미래에 서있는 것을 쉽게 발견한다.


출처: 네이버 영화 '종착역(Short Vacation)'





출처: 다음 영화 '종착역(Short Vacation)'














2021년 09월 16일 인디스페이스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4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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