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들의 휴가지 미야자키

영화 속 도시이야기 "베이비 어쌔신: 나이스 데이즈'

by 신천옹

일본 영화 특유의 '병맛'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영화 중 하나가 ‘베이비 어쌔신: 나이스 데이즈’다. 병맛이지만 끝까지 보게 되는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딱히 모르겠다.


영화의 배경인 미야자키(현)는 두 여성 킬러가 휴가지로 선택한 곳이다. (두 킬러 중 한 명인 타카이시 아카리의 실제 고향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미야자키 대표 휴양호텔이자 한국 골프패키지 여행객들에게 인기인 시가이아리조트 내 ‘쉐라톤 오션 그란데’의 원경과 주차장 내 액션씬들이 등장한다.

건물이 생뚱맞아 보이기는 해도 154m(43층)인 이 호텔은 규슈 전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기도 하다.

화면 캡처 2025-04-14 104456.png 호텔 로비로 들어서는 킬러들. 오른쪽이 타카이시 아카리(출처:IMDb)

일본 킬러들까지 휴양지로 선택한 미야자키는 규슈 최동남단에 위치한 곳으로 과거 일본의 대표적인 신혼여행지였다.


또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곳이기도 해 동계시즌엔 길거리에 환영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같은 규슈의 후쿠오카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뱅크 호크스보다 요미우리 인기가 더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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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연평균 기온은 17℃로 온화해서 겨울에도 찾는 이들이 많지만 겨울에는 아무 생각 없이 얇은 옷만 갖고 여행하다가 오들오들 떨 수도 있다.


특히 한국 골프애호가들의 ‘동계훈련’ 장소로도 유명한 미야자키지만 도심 인근을 벗어난 기리시마국립공원 주변의 여러 골프장은 한국의 겨울골프장 조건과 크게 다르지 않아 날씨만의 메리트는 생각보다 크게 없는 편이다.


하지만 1934년 세토내해, 운젠과 함께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기리시마긴코만국립공원은 등산, 온천, 향토특산물시장 구경 등 볼거리, 놀거리가 많은 곳이다. 미야자키까지 갔다면 꼭 시간을 내서 가보면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곳 중 하나가 될 것이다.

IMG_4080.jpg 아오시마의 도깨비빨래판

미야자키는 최근 지진 발생이 잇따르면서 뉴스의 중심이 되고 있기도 하다.


100~150년 주기로 발생한다고 하는 난카이대지진 빈발구역 맨 아래 권역인 미야자키는 2024년 8월(진도 7.1), 1월(진도 6.9)에 이어 2025년 4월 2일(진도 6.0) 지진이 인근 해역에서 발생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일련의 지진들은 난카이지진과 연관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면 캡처 2025-04-15 083455.png 니치난해안 풍경. 왼쪽 멀리 우도신궁이 보인다

공교롭게도 2025년 1월 지진 때 미야자키에 머물렀는데 도심에는 진도 5 정도로 호텔 건물이 약 10여 분간 심하게 일렁거렸다.


여태 일본 여행을 하면서 3번의 지진을 경험했는데 진도는 앞선 지진과 비교해 높지 않았지만 일렁거리는 시간이 제일 길었던 것 같다. 지진의 일렁거림은 언제 끝이 날지 모른다는 점에서 불안과 기분 나쁨이 동시에 밀려오는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다.


여행객에게도 이런데 거기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주민들의 심정이야 더 말할 게 있을까만은 그들은 의외로 담담한 것 같다. 진도 5~6 정도는 마치 별 일이 아니란듯. 하기야 그러지 않으면 또 어떻게 하겠는가. 정을 붙이고 살아야 하는 곳이니 말이다.

IMG_4009.jpg 눈 덮인 카라쿠니산

일본은 1981년 이후 신 내진기준이 적용되어 진도 6.5~7.0을 견디도록 내진설계가 되어 있다. 그래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 내가 머물렀던 호텔도 지진 발생 후 엘리베이터 2기 중 1기가 점검에 들어가 머무는 내내 사용하지 못했다.


보통 1주일 이내에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여진이 없었던 것만 해도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혹시라도 여행 시 호텔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호텔문부터 열어놓는 건 잊지 말자.

화면 캡처 2025-04-14 105607.png 기리시마긴코만국립공원에 있는 마루오폭포

미야자키의 볼거리는 바다와 산으로 나뉜다. 바다쪽은 남동해안 드라이브코스에 이어져 있다. 미야자키 시내에서 남쪽으로 30분 정도 걸리는 아오시마의 도깨비빨래판은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생긴 줄무늬 바위가 마치 빨래판처럼 펼쳐져 있다.


거기에서 또 30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동굴 안에 지어진 신사와 주변 풍광이 멋진 우도신궁을 만날 수 있다. 꼭 특정 포인트가 아니더라도 미야자키 동쪽 해안은 내려가는 내내 눈이 즐겁다.

화면 캡처 2025-04-14 105747.png 유황온천기리시마(출처:호텔 홈피)

산 쪽을 이야기하자면 기리시마긴코만국립공원에 있는 카라쿠니산 등반을 맨 먼저 꼽을 수 있다. 하루 정도 시간을 내면 좋다. 해발 1,200m에 있는 에비노고원주차장에서 주차하고 500m 정도 걸어올라 가면 정상이다.


몇 군데 가파른 곳이 있긴 하지만 크게 어렵지는 않은 등반이다. 하산하면서 워터파크 같은 큰 규모의 유황온천기리시마호텔 온천에서 피로를 풀 수도 있다. 실제로 같이 등산을 하면서 인사를 주고받던 사람들을 이 온천에서 만나기도 했다.

dxZ1ROUu4qjTiT3DzqY4JsdRwFHByyv6TdYuef99__1756_1157.jpeg 시가이아리조트와 쉐라톤그란데오션(출처:miyazaki-city.tourism 홈피)

미야자키 도심에서는 니시타치바나도리가 먹을거리, 마실거리, 볼거리, 살거리의 중심이다. 음식점만 1천100개가 있다. 호텔도 이 주변에 대거 몰려있다.


음식은 미야자키규도 유명하지만 토종닭 숯불구이 역시 지역 음식으로 빠지지 않는다. 겉은 바싹하고 속은 촉촉(하다 못해 약간 질긴 느낌)해서 덜 익은 것 같지만 맛은 나쁘지 않다. 기념품가게나 역 상점가에서도 진공포장한 토종닭 관련 상품이 많다.


우동이 유명한 지역은 아니지만 의외로 우동맛집도 많으니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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