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도시이야기 '스펙터' 외
욕부터 배워야 했다. 욕을 많이 얻어먹을수록 살아남는다고 하니 말이다. 정확히는 먹고 살아갈 수 있단다.
루차 리브레(Lucha Libre). 스페인어로 ‘자유로운 싸움’이란 뜻으로 중남미에서 프로레슬링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같은 성(性)끼리 하는 시합이 보통이지만 볼리비아의 라파스에는 원주민(Cholita) 여성이 남성과 맞붙기도 한다.
스포츠라고는 하지만 웃자고 달려들지 죽자고 달려들지 않는 게 루차 리브레다. 미국에서 왜 ‘매트 쇼(Mat show)’라고 하겠는가.
그러다 보니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연기력이 더 높이 평가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욕이 윤활유처럼 필요한 것이다.
잘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지만 악역을 맡은 선수는 막장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본인인들 악역을 맡고 싶겠냐만은 처음부터 좋은 역할을 맡긴 힘들다.
세상 모든 일이 마찬가지니 루차리브레라고 별 수 없다. 악역도 비중이 큰 역할을 맡으려면 관객들의 ‘욕’이 평가의 기준이 된다. 루차 리브레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관객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어야 되는 것이다.
멕시코시티 독토레스(Col. Doctores) 지역에 위치한 아레나 멕시코(Arena Mexico)에서는 1주일에 3번 루차 리브레 경기가 펼쳐진다.
아레나라고는 하지만 과거 2~3개 영화를 동시상영하던 동네 극장과 비슷한 규모다. 그래도 8시 반부터 시작되는 경기에 7시가 조금 넘어서부터 관객들이 오기 시작한다.
잭 블랙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나초 리브레’에서 잭 블랙이 썼던 복면과 같은 프로레슬러 가면을 파는 곳은 인기다. 입장 전 짐 검사는 필수인데 카메라 동영상 촬영을 막기 위해서다.
입장료는 좌석 위치마다 다르지만 한국돈 1만 원 정도면 비교적 앞자리에 앉을 수 있다. 경기에 몰입하면 악역의 반칙에 자연스레 욕이 나올 수밖에 없다.
외국인의 욕에 좌석 주변 사람들이 배를 잡고 웃는다. 가장 심한 욕이 ‘첩의 자식’이라 욕을 하면서도 그렇게 죄의식(?)을 느끼진 못한다. 나를 포함한 관객들의 욕세례가 끝날 때쯤이면 어느새 목은 다 쉬어있다. 너무도 유쾌한 경험이다.
왜 멕시코시티 투어버스 밖 광고판에 가면을 쓴 레슬러 사진이 걸려있는지 루차 리브레를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파세오 데 라 레포르마(Paseo de La Forma) 즉 개혁의 길은 멕시코 시티 중심대로다. 길 양쪽에 스트리트숍과 큰 쇼핑몰 등으로 사람들이 늘 북적인다. 여기에 연중 시위가 끊이지 않아 대로는 늘 분주하다.
인상적인 시위 중 하나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 즉 Femcide에 대한 처벌 강화였다.
UN에 따르면 멕시코의 페미사이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평균적으로 멕시코에서는 매일 10명의 소녀 또는 여성이 살해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가해자가 징역형 이상 처벌을 받는 경우는 2% 남짓이다. 시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충분해 보인다.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실체를 파악해 달라는 시위도 많다. 2014년 게레로주에서 발생한 43명의 대학생의 실종 및 사망사건을 파헤쳐달라는 시위가 오래도록 지속됐다. 마침내 2024년 3월에는 항의시위대가 대통령궁에 침입해 시설물을 파괴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게레로주는 2018년 미국이 여행금지구역으로 선포한 멕시코 5개 주 중 하나이다. 2024년 10월에는 게레로주 칠판싱고시 시장이 취임한 지 6일 만에 피살되기도 하는 등 갱단의 피해가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참고로, 2025년 2월 기준으로 게레로주는 미국 국무부가 지정한 레벨 4 지역은 아니다. 타마울리파스가 레벨 4다. 기아자동차 현지 생산기지가 있는 몬테레이와 인접한 멕시코 북동부로 미국 텍사스와 국경을 접하는 지역이 타마울리파스다. 레벨 4는 '범죄 및 납치로 인해 여행금지'를 의미한다.
어쨌든 게레로주 사람들은 정권 반대세력이 많은 곳이어서 중앙정부가 게레로주를 매도한다며 음모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음모설은 대기오염이 심한 멕시코시티 차량부제와 관련해서도 나오고 있다. 멕시코시티는 차량 오염이 심해지면 5부제, 더 심해지면 2부제를 실시한다.
2016년에는 2부제가 시행된 적이 있다. 지금은 현 대통령 오브라도르가 환경부장관시절부터 공을 들인 도심 숲 가꾸기가 어느 정도 대기오염을 막아내면서 2024년 한때 5부제가 발령된 적은 있었지만 과거보다 공기질이 많이 좋아졌다.
그런데 이 차량 2부제는 가진 사람들을 위한 제도라는 것이다. 금수저들은 2부제 실시가 발표되자마자 차를 1대 더 사서 홀수, 짝수일 상관없이 매일 차를 몰고 다녔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실제로 2부제가 실시될 때 신차 판매가 늘어나 이 ‘음모론’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