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도시이야기 '007 노 타임 투 다이'
007 제임스 본드 6대째를 맡았던 영국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는 영화 '노 타임 투 다이(No time to die)'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현재 7대 후보 여러 명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007의 창작권이 미국 아마존으로 넘어감에 따라 영국 배우가 아니라 미국 배우가 차기 007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국식 억양의 제임스 본드를 보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새로 올 사람도 궁금하지만 이미 죽어버린, 정확히는 '노 타임 투 다이'에서 장렬한 죽음을 맞은 제임스 본드는 어디에 묻혔을까 궁금하다. 묻히긴 했을까. 영화 속 인물이니 말이다.
하지만 주검은 없을지 몰라도 묘비(tombstone)는 엄연히 존재한다.
007은 영화 속 캐릭터이지만 실존이 본질에 우선할 정도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다시 말해 제임스 본드는 사르트르 적으로 해석하면 즉자(卽自)가 아니라 대자(對自)로 기억된다는 걸 이 '묘비'로서 보다 더 명확하게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쉽게 말해 나무, 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세상에서 우리와 함께 살았다는 상징이란 말이다.
묘비가 있는 곳은 '노 타임 투 다이'의 영화 촬영지이기도 했던 칼소이섬이다.
칼소이섬은 덴마크령 페로제도의 18개 섬 중 비교적 큰 섬 중 하나다.
페로제도는 영국,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사이에 있는 18개 섬(무인도 포함)을 통칭하는 것으로 수도는 토르스하운(Tórshavn)이다.
토르스하운은 페로제도의 제일 큰 섬인 스트레이모이(Strømø) 섬에 있다.
페로제도의 인구는 2022년 기준으로 5만 3,664명인데 양들의 숫자는 인구의 2배 정도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 정도까지 많지는 않지만 운전 시 서행은 꼭 지켜야 한다. 특히 안개와 비가 잦다 보니 시야가 좋지 않은 날이 많아 달리다 보면 양들이 아스팔트를 점령해 이동할 경우 사고위험이 크다. (내 경우도 운전을 하면서 양 때문에 급정지를 한 경험이 있다.)
페로제도 여행을 위해서는 양이 많건 안개가 잦던 상관없이 렌터카가 필수적이라고 보면 된다.
온라인예약을 하고 코펜하겐에서 보가르공항에 내려서 바로 주차장으로 갔다. 온라인 결제를 마치고 받은 번호대로 주차장에서 '내 차'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차문은 잠겨있지 않고 글로브박스에 차키와 안내서가 들어있다. 차를 다 사용하고 페로제도를 떠날 때도 처음 서 있던 자리에 세워놓으면 그걸로 끝이다.
다만 오토매틱 차량이 많지 않다는 점은 참고해야 한다. 그나마 섬인데도 한국과 같이 왼쪽 운전석에 오른쪽 차로 통행이어서 스틱차량이라도 운전에 무리는 없다.
양을 조심하는 것 말고 페로제도 운전 시 또 주의해야 하는 건 터널이다. 섬들도 터널로 연결된 곳이 많고 섬안에서도 터널이 곳곳에 있다.
문제는 터널이 대부분 1차선이라 아무 생각 없이 달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터널입구에 서있는 신호등이 녹색이면 들어가고 신호등이 없는 곳은 항상 '내가 먼저 양보한다'는 생각으로 레이바이(lay-bys. 양보공간)에서 대기하다가 맞은편 차량이 지나간 뒤 출발하면 된다.
터널의 경우 레이바이가 100m 정도마다 한 곳씩 있다. 전조등은 낮과 밤 할 것 없이 필수니까 운전하기 전에 체크해야 한다.
다시 제임스 본드 묘비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묘비는 칼소이섬 중에서도 북부 쪽에 있다. 묘비명은 ‘제임스 본드를 기억하며. 1962-2021’이다.
2022년 3월 공개된 이 묘비는 페로 현무암을 사용했으며 스트레이모이 아래쪽 섬인 산도이(Sandoy) 스코푼(Skopun) 마을의 유명한 석공이 깎았다.
묘비 디자인은 2012년 007 ‘스카이폴(Skyfall)’에 등장했던 본드 부모 묘비와 같다.
돌에는 M이 ‘No Time to Die’가 끝나갈 때 낭독하는 문구인 '인간의 본연의 기능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 새겨져 있다.
이 문구는 007의 원작자 이안 플레밍 ‘007 두 번 산다(You Only Live Twice)’의 원저에서 007이 죽었다고 여겨졌을 때 사망 기사의 일부로 사용된 것이다.
참고로 이안 플레밍은 영화 '언젠틀 오퍼레이션(The Ministry of Ungentlemanly Warfare)'에 영국 해군정보부 첩보분석가로 출연한 바로 그 실존 인물이다. The Ministry of Ungentlemanly Warf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