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0일 수요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특정한 조건과 환경 속에서 태어난다. 불행히도 사람은 태어나면서 부여받는 그 조건과 환경을 선택하거나 바꿀 수 없다. 그것은 말 그대로 숙명이다.
그러나 그 숙명은 채워지지 않은 상자일 뿐, 그 상자에 어떤 것이 담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이 사람의 삶이다.
어느 겨울날, 한 아이가 태어난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젊은 남녀 사이에서 잉태된 생명, 결국 그 아이는 할머니 손에서 자라게 된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생명의 탄생, 뜻하지 않게 부모가 된 남과 여, 그리고 그 아이를 키우게 된 할머니, 이렇게 단 하나의 사건은 수많은 삶 속에 모양과 색이 서로 다른 숙명의 빈 상자를 던지게 된다.
삶이 부여한 운명의 상자를 받게 된 사람들, 각자 어떤 생각으로 그 상자를 바라보았을까? 그리고 무엇으로 그 상자를 채우게 되었을까?
아이의 부모는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한 사람은 떠나고, 한 사람은 외면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아이를 지키고, 자신 앞에 놓인 상자를 위대한 사랑으로 채웠다.
그 사랑은 불행일 수 있었던 아이의 조건과 환경을 무색하게 만들었고, 그 어떤 결핍도 없는 삶을 아이에게 선물하게 되었다.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 사랑은 여전히 한 사람의 마음속에 생동하며 흐르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이어져 영원히 흐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