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2일 금요일
첫 손자이자 장손인 그 아이에 대한 할아버지의 사랑은 지극했다. 그 사랑을 알았는지 아이는 본능적으로 할아버지를 잘 따랐다.
할아버지가 출근을 하려 문을 나선다. 다섯 살이 된 아이는 눈깔사탕을 사 먹겠다며 할아버지에게 돈을 달라며 손을 내민다. 할아버지는 미소를 머금으며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아이에게 건넨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퇴근 시간에 맞추어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손주는 할머니 옆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할머니의 주변을 맴돈다.
저녁 식사가 준비되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할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이렇게 늦는 경우가 없었기에 할머니는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밤이 깊어지고 집에 경찰이 찾아왔다. 할머니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죽음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경찰은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던 중 트럭에 치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는 말을 전한다. 할머니는 경찰의 말을 믿을 수 없었지만 오래지 않아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할머니의 남은 인생에 너무나도 큰 짐을 지우게 한다. 큰 아들과 둘째인 딸은 성인이 되었지만 아직 학생인 세 아들과 손자를 뒷바라지해야 했기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앞길이 막막했다.
이렇게 슬픔과 시름에 빠져있는 할머니에게 아이는 할아버지가 왜 집에 오지 않느냐고 계속 묻는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멀리 가셔서 당장 못 오신다며 아이를 달랜다.
이렇게 할머니는 어머니로서 짐에 더하여 가장의 책임 또한 짊어지게 되었고, 아이는 자신의 든든한 울타리 한쪽을 상실하게 된다.
아이에게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단 한 단어와 한 장면뿐이다. 눈깔사탕 그리고 대문 앞에서 동전을 건네던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할머니는 아이가 성장하고 나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자리에 빵이 흩어져 있었다고 말해준다. 할아버지는 손주를 위해 회사에서 주는 빵을 먹지 않고 늘 집에 가져왔었고, 죽음을 맞이하던 그날도 그러했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나면서 손주에게 큰 사랑의 흔적을 남겼고, 아이는 그 사랑을 평생 마음에 품고 살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