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야 할 존재

2024년 3월 23일 토요일

by 손영호

큰 아들의 장인과 장모가 인사차 할머니를 방문하기로 한 날, 삼촌들은 아이를 다락방에 숨기고 아이에게 절대로 나오지 말라고 한다.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다락방에서 멍하니 누군가 부르러 올 때까지 기다린다.


큰 아들이 재혼을 할 때 결혼을 한 적이 있고 아이도 있음을 중매를 선 사람에게 알렸으나, 그 사실이 장인이 될 분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 장모가 될 분은 남편이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면 절대 결혼이 성사되지 않을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결혼 이후 아이가 생길 때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었다. 할머니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큰 자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용인한다. 그리고 몇 년간 비밀 유지를 위해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할머니의 집과 사돈의 집이 그리 멀지 않았기에 가끔 사돈댁의 방문이 이루어졌고 그때마다 아이는 다락방에 숨겨졌다. 아이가 왜 숨어야 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면 무서운 사람이 오니까 숨어있으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할머니는 사돈댁 분들이 돌아가자마자 다락방으로 서둘러 간다. 다행히 아이가 곤히 잠들어 있다. 할머니는 애처로운 마음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참 동안 아이를 바라본다.


아이는 무서운 다락방에서 무슨 생각을 하며 잠에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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