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인 환경

2024년 3월 24일 일요일

by 손영호

아이는 성장하여 초등학교에 입학하였고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된다. 자연스럽게 친구들의 집들도 오가며 다른 가정의 모습들을 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친구가 왜 할머니 집에서 사느냐고 묻는다.


학교에서 소풍을 간다. 일부 아이들의 어머니들이 소풍에 동행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체육대회가 열리면 아이들의 어머니들은 먹을 것을 싸들고 행사에 참석한다. 아이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점점 자신의 환경이 다름을 알게 된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와 할머니에게 짜증을 내며 아버지의 집으로 가겠다고 말한다. 할머니는 너무 당황스러웠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왜 그러냐고 묻자 아이는 다른 아이들은 부모님과 사는데 나는 왜 할머니와 살고 있느냐고 되묻는다.


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한다. 아이도 따라 운다. 할머니 입장에서는 큰 자식의 가정을 지켜야 했고, 환영받지 못하는 가정에 아이를 보낼 수도 없었다. 아이 또한 화가 나서 그런 말을 했을 뿐 무서운 아버지와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렇게 할머니와 손자는 방바닥에 앉아 울었고,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손자를 품에 앉고 등을 토닥이며 달랜다. 아이는 할머니의 품에서 새삼 세상 유일한 사랑을 느꼈고 동시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는 왜 남들과 다른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지 그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이후로는 할머니를 슬프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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