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5일 월요일
초등학교 고학년 어느 여름방학, 할머니는 손자를 데리고 큰 아들의 집에 방문한다. 할머니는 하루를 그곳에서 머문 뒤 아이를 두고 집으로 돌아간다. 손자는 할머니를 따라 집에 가고 싶었지만 아버지에게 혼날까 두려워 순순히 따른다.
할머니와 큰 아들, 그리고 며느리 사이에 어떤 말들이 오갔을까? 모두에게 불편한 이런 상황은 도대체 왜 만들어졌을까? 할머니는 늘 손자를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손자가 일반적 가정의 형태를 갖춘 환경에서 자라는 것과, 현재 환경에서 자라는 것 중 어떤 쪽이 아이에게 최선일지 저울질해 본다.
고민 끝에 손자가 방학기간만이라도 큰 아들 집에 머무를 수 있게 한다. 그렇게 홀로 남겨진 손자는 처음으로 아버지의 가족들과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한다. 잠시 후 아이의 아버지는 왜 밥을 먹으며 이리저리 눈을 돌리냐며 혼을 낸다. 가뜩이나 긴장하고 있던 아이의 머릿속은 할머니가 계시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다.
이렇게 아이의 심리상태는 극도로 불안해졌으며, 아버지의 집은 그야말로 지옥이 되어간다. 한시라도 빨리 도망치고 싶었지만, 할머니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고통의 시간이 흐르며, 아이는 자신 앞에 있는 어머니가 과연 친모인지 생각하게 된다.
아이는 친모가 아닐 것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지만, 할머니의 사랑 덕분에 그 부분은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할머니 없이 아버지 식구들과 머물게 되면서 가족들을 이리저리 관찰하게 되었고, 거의 확신에 가까운 윤곽을 그리게 되었다.
몇 주 후 할머니가 돌아와 손자를 데리고 집으로 향한다. 할머니는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손자에게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본다. 손자는 자신을 남기고 떠난 할머니를 원망할 뿐, 다른 얘기를 하지 않는다. 할머니는 그런 아이의 반응을 보며 답을 얻게 된다.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중학생이 된 손자를 아들에게 보내 예전과 같이 여름방학을 보내게 한다. 예상대로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