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짜장

2024년 3월 25일 월요일

by 손영호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집안 사정이 어려워진다. 할머니는 살던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결정한다. 고등학교가 인접해 있었고, 이 학교에 다니던 지방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숙을 치며 생계를 유지하게 된다.


둘째 아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경제적인 부담이 커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있던 큰 아들은 할머니에게 경제적 도움이 되지 못하였지만, 다행스럽게도 직장에 다니던 딸이 많은 도움을 주게 된다.


딸의 도움에도 경제적으로 빠듯한 생활이 지속되었기에 할머니는 여러 가지 부업들을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외식은 꿈도 꿀 수도 없었고, 할머니에게 외식은 너무나 사치스러운 일로 여겨졌다.


상황이 이러했기에 아이는 짜장면을 먹어본 적이 없다. 아이는 학교를 오가는 길에 있는 중국집 유리창으로 주방장 아저씨가 수타면을 만들고 있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중국집에서 새어 나오는 냄새를 맡으며 늘 짜장면을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루는 학교에서 돌아와 집 앞 밭에서 무언가를 캐고 있는 할머니를 발견하고 곧장 다가간다. 그리고 조금 머뭇거리다가 할머니에게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말한다.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아이에게 건네주며 혼자 가서 먹고 오라고 한다.


아이는 신이 나서 중국집으로 뛰어갔고 짜장면을 시키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드디어 주문한 짜장면이 나왔고 생전 처음 먹어보는 그 짜장면은 상상 이상으로 맛있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짜장면을 해치운 아이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린아이였지만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이후로 아이는 짜장면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가끔 짐을 들어 드리기 위해 할머니를 따라 시장에 간다. 하루는 시장에 있는 중국집 앞을 지나는데, 할머니가 짜장면을 먹고 싶으냐고 물어본다. 아이가 그렇다고 하자 할머니는 앞장서 그 중국집으로 들어간다.


종업원이 다가오자 할머니는 간짜장 한 그릇을 주문한다. 손자는 왜 한 그릇이고 왜 간짜장이냐고 묻는다. 할머니는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하셨고, 간짜장에는 고기가 많이 들었다고 답한다. 아이는 할머니에게 조금 먹어보라며 면을 덜어 주지만 할머니는 끝끝내 먹지 않는다.


할머니는 짜장면을 맛있게 먹고 있는 손주의 모습을 보며, 마음속 애잔함의 공간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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