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진학

2024년 3월 25일 월요일

by 손영호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손자가 어느 날 갑작스럽게 할머니에게 어머니가 친모인지 묻는다. 손자는 이미 오래전 감지하고 있었으나, 모든 사실을 할머니를 통해 확인하고 싶었다. 할머니도 손자가 그 사실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담담하게 진실을 말한다.


손자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언젠가 할머니가 이 세상을 떠나면 의지할 사람이 하나도 남지 않는다는 슬픈 감정과 함께, 더 이상 할머니에게 의지하기보다는 할머니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차올랐다.


그날 손자는 이발소에 가서 삭발을 한다. 그리고 학업에 매진하기 시작한다. 그날 이후 학업의 의미가 달라진 것이다. 단순한 대학 진학의 차원이 아닌, 할머니의 사랑에 대한 보답이자, 이 세상에서의 생존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반년이 흐르고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선생님들이 놀랄 정도로 성적이 급격히 향상되었다. 심지어 담임선생님이 부정행위를 의심하기도 한다. 기존에도 성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확실한 상위권에 진입한 관계로 선생님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목표 대학과 전공을 정하게 되었다. 손자는 할머니에게 자신의 계획을 말했고, 할머니는 기뻐했다. 할머니는 손자를 위해 모든 것을 지원해 주고 싶었다.


할머니는 큰 아들에게 손자의 대학진학 계획에 대한 내용을 전했다. 그러나 큰 아들의 생각은 달랐다. 서울로 진학할 경우, 지원해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니 현 지역의 국립대학에 가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남긴 것이다.


손자는 그 통화내용을 옆에서 듣고 화가 치밀었다. 할머니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며 손자를 다독인다. 할머니는 큰 아들의 처지와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하며 자식과 손주를 모두 품었다. 그리고 자신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로 하고, 손자에게 필요한 것들에 대하여 고민하기 시작한다.


할머니는 결국 큰 아들을 설득했고, 손주는 자신이 원하던 학교에 진학을 하게 된다. 할머니는 손자의 합격 소식에 덩실덩실 춤을 추며 눈물을 흘린다.


할머니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대학진학, 손자는 그 사랑의 의미를 가슴에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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