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2024년 3월 26일 화요일

by 손영호

손자는 방학이 되면 늘 할머니집에서 보냈고, 학기 중에도 한 달에 한두 번 할머니에게 갔다. 할머니는 손자로부터 집에 온다는 연락을 받으면,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시장으로 간다.


버스를 타면 고생도 하지 않고 금세 다녀올 수 있는 시장을 꼭 걸어서 간다.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그렇게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 할머니, 손자를 위해서는 아낌이 없다.


할머니는 시장에 있는 단골집에서 삼겹살을 산다. 삼겹살을 좋아하는 손자를 위해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매번 다닌다. 삼겹살을 프라이팬에 바삭하게 구워 김치와 함께 주면, 손자는 늘 맛있게 먹는다.


할머니는 삼겹살을 좋아하지 않는다. 삼겹살은 오로지 손자를 위한 것이다. 자신은 늘 나물이나 된장찌개와 같은 소박한 음식으로 족했다.


손자는 삼겹살을 먹을 때마다 할머니에게 같이 먹자고 하고 입에 넣어 주기도 하지만, 할머니는 늘 마다했다. 대신 손자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부족한 것이 없는지 확인할 뿐이었다.


손자는 그 삼겹살의 맛을 평생 잊을 수가 없다. 아무리 맛있는 삼겹살을 먹어봐도 할머니가 구워주던 그 삼겹살의 맛은 그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다.


손자는 집에서 삼겹살을 구울 때면 할머니를 떠올린다. 삼겹살이 든 까만 비닐봉지를 들고 오는 할머니의 모습, 프라이팬에 삼겹살을 굽는 모습, 옆에서 삼겹살을 먹는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던 모습, 수많은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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