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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영호 Jul 18. 2024

예민함의 유전

2024년 7월 18일 목요일

고등학생인 큰 아이가 자신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시각이나 청각에 매우 예민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의 표정이나 말투 그리고 행동 등에 자신의 감정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다소 불만스럽게 토로한다.


아이가 이런 말을 할 때면 나의 예민함이 유전된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내가 이 것을 유전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둘째와 막내에게서 이런 특징을 전혀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이런 예민함에 대하여 안타깝다고 표현한 이유는 다양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삶 속에서 불편한 점들이 많이 발생할 수 있고, 그런 이유로 스스로 예민함을 장점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고치거나 극복해야 하는 단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상, 이 예민함은 결코 고치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나에게 부여된 이런 특징들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볼 것인지, 어떻게 대할 것인지 등에 대하여 생각해야 하는 대상일 뿐이다.


큰 아이에게 나 또한 거의 동일한 예민함을 가지고 있기에 전적으로 그 고민을 이해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예민함이 있기에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고,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남들이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는 사진을 예술적으로 잘 찍고, 개성 있는 글을 쓰며, 학업 능력도 뛰어나다. 이런 부분들을 언급하며 예민함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선물일 수도 독일 수도 있다고 말해준다. 사람의 뇌는 부정편향의 속성이 있기에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실제로 장점이 더 크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전한다.


아울러 가장 괴로울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늘 독서와 글쓰기를 권유한다. 지난주는 단 카츠의 ‘내 머릿속 도마뱀 길들이기’라는 책을 아이가 읽었고, 일부 내용에 대하여 대화도 나누었다.


사람의 유전적 특징과 기질은 바꿀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생각은 바꿀 수 있다. 물론 머리로 인지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한 번에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어떤 현상에 대한 관점과 가치관의 변화는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아이에게 전해준다고 하고 잊었던 내용;

사람들의 표정이나 행동이 거슬릴 때 나는 'Don't take it personally'라는 문구를 떠올린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습관을 경계해야 한다.

예민함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섬세함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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