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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영호 Oct 30. 2024

퇴직 후 1년 10개월 – 퇴직과 자유

2024년 10월 30일 수요일

퇴직을 하면 자유로울까? 과연 자유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


주변의 많은 분들이 나의 퇴직 생활을 부러워한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자유로워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되고(물론 집에서 일을 한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일들을 하며, 또는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억지로 할 필요가 없으니 자유롭고 행복해 보일 것이다.


그러나 막상 퇴직을 하고 나면, 그 자유가 자칫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회사를 다니면서 생각할 수 없었던, 혹은 관심 없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하나씩 떠오르기 때문이다. 아마도 경제적인 문제나 시간 활용, 가족과의 관계 등이 가장 중요한 사안일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를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과연 경제적으로 완벽하게 준비되어 평생 돈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만약,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정신적으로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미 자유로부터 저만큼 멀어지는 것이다.


시간에서의 자유 또한 그렇다. 하루 24시간이 온전히 나에게 주어지고 그 시간을 스스로 관리하고 사용해야 한다. 만약, 그 소중한 시간들이 의미 없이 흐른다고 생각되는 상황이 온다면, 이 또한 자유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다음은 가장 중요한 가족들과의 관계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시간활용을 잘한다 하더라도 가족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가정의 분위기가 자유라는 개념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자유를 말하면서, 가족을 가장 나중에 언급했지만 사실 가족과의 관계, 즉 가정의 행복이 퇴직 후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된다.


그러나 이 기반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랜 시간 쌓이고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가족과의 관계와 가정의 행복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결국 자유란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가정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경제적인 측면을 포함해 많은 부분에 있어 스스로에게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가치와 존재 의미를 느끼게 되고, 바로 그런 생각으로부터 자유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자유라는 개념은 각자의 생각과 느낌이다. 일시적이고 간헐적인 자유를 느낄 수는 있지만, 자신의 삶 자체가 자유롭다고 느끼기는 어렵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조기 퇴직을 꿈꾸겠지만, 사실 퇴직 자체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


결국, 퇴직과 자유를 동일시하기보다는, 자유라는 개념의 본질에 대하여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퇴직 전의 삶과 퇴직 이후의 삶은 연속되는 삶의 과정일 뿐이며, 자유를 위한 본질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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