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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존재할까?

2025년 01월 03일 금요일

by 손영호

뭐가 불안했는지 막내 아이가 갑자기 하나님이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


과연 신은 존재하는 것일까? 과연 이 세상과 사람은 우연히 생긴 것일까? 그리고 인간은 이 우주에 우연히 생겨, 죽으면 그저 흙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아이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이 문제에 대하여 오랜 시간 의문을 품고 살아왔다.


그 의구심은 과학에 대한 호기심으로 나를 이끌었고, 태어나서 한 번도 접하지 않았던 물리학, 생물학 등 과학 관련 서적들을 읽게 만들었다.


그 과정을 통해 파악한 내용은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하였고 현재도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그러나 빅뱅의 근원은 알 수 없다. 우주의 별/행성 등 모든 물질은 오랜 시간에 걸쳐 원자의 결합으로 만들어졌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아주 희박한 확률로 우연히 만들어졌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빅뱅의 근원/ 우주의 기본 입자(원자 /암흑물질 등)/ 우주 너머의 공간(다중 우주론 등)/ 생명체의 탄생/ DNA/ 인간의 의식 등 인류의 과학이 연구하고 있는 수많은 과제들에 대한 답은 너무나도 요원해 보인다.


미국 생물학자 프랜시스 콜린스의 ‘신의 언어’라는 책을 보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이 분은 미국 게놈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과학자이며 유전자지도 초안을 완성하였다. 그리고 초안 완성에 대한 내용을 클린턴 대통령이 언론에 발표할 때 ‘오늘 우리는 신이 인간을 창조한 과정을 연구·이해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라는 내용을 포함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사람의 세포핵에는 23쌍의 염색체가 있고 이 염색체 안에는 DNA을 품고 있는 염기서열이 약 30억 쌍이 있다고 한다. 이토록 엄청난 수의 DNA가 바로 인간의 설계도인 것이고 오랜 시간 진화를 통해 형성된 것으로 과학계에서는 말하고 있다.


프랜시스 콜린스는 이 복잡하고 정교한 DNA의 구성과 기능을 연구하며 신의 존재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과학이 누군가에게 신의 존재를 인정하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주와 생명의 기원 그리고 신의 존재 등에 대한 비밀을 풀어내는 것은 어쩌면 먼 미래에도 불가능한 숙제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신의 존재 유무를 증명할 수 없다면 결국 이 문제는 믿음이라는 개인적 이슈로 넘어간다. 개인의 영적 경험에 따른 믿음이든 지적 성찰을 통한 믿음이든 이는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자유의지의 영역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믿음은 왜 필요한 것인가? 개인차가 있겠지만 난 뜻하지 않게 태어난 이 세상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좌표 설정에 그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단테의 신곡이 ‘우리 인생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난 어두운 숲에 처했었네’라는 내용으로 시작하 듯, 세월이 흐르면서 뭔가 공허함이 짙어지고 삶의 방향성이 흔들리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 신의 존재와 삶의 의미 그리고 어떻게 살다가 생을 마무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찰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믿지 않는 것과 모르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사람의 뇌는 일부의 정보로 모든 것을 안다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믿음과 신념의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계기도 있어야 하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알아봐야 한다.


나는 막내 아이에게 ‘바울’에 대한 이야기로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설명해 주었다. 기독교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기독교 신자들을 박해하던 그가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는 사도로 변모하게 된 과정과 그의 헌신적인 삶의 내용을 통해 하나님과 예수님이 살아계심을 설명해 주었다.


물론, 그 이야기 하나로 아이에게 확신과 믿음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믿음은 사람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단지 그 과정 속에 도움을 줄 수 있기를 소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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