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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움

2025년 02월 03일 월요일

by 손영호

오랜만에 홀로 남은 집,

베토벤의 현악 4중주의 울림이 그 공간을 채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푸른빛과 그 아래 흔들리는 나무들이 그 공간을 채운다.


앙상하게 드러난 나무의 가지와 가지 사이,

바람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이 그 공간을 채운다.


사이사이 드러난 구릉의 표면,

서서히 녹고 있는 눈의 흔적들이 그 공간을 채운다.


무취(無臭)의 적막함,

고소하고 달콤한 커피 향이 그 공간을 채운다.


오랜만에 비어버린 마음,

울림과 진동, 그리고 파동이 그 공간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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