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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개나무와 새

2025년 02월 09일 일요일

by 손영호

새 한 마리가 망개나무 가지 위에 앉는다.

가끔 마주치는 그 녀석일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녀석은 시선을 고정하고 잠시 사색에 잠긴다.

그리고서는 붉은 열매 하나를 입에 문다.

어느새 열매는 사라진다.


하나로는 아쉬웠을까?

열매 하나를 더 입에 문다.

어느새 열매가 사라지고 녀석도 자취를 감춘다.


지난달 아니 지지난달,

열매를 먹는 그 녀석을 보며,

머지않아 모든 열매가 사라지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열매는 여전히 넉넉하다.

한겨울에 열매가 새로이 맺혔을 리 만무하고,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일까?


생각해 보니,

이 나무 위에서 다른 새들을 본 적이 없고,

그 녀석에게는 늘 한 두 개의 열매로 족했다.


안분지족(安分知足),

자연은 그렇게 풍요를 지켜내고,

엄동설한(嚴冬雪寒) 속에서도 남음을 만드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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