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02일 일요일
퇴직 전후로 내 나이 또래의 회사 동료 여럿이 세상을 떠났다. 출근을 하다가, 퇴근을 하다가, 아침에 조깅을 하다가, 등산을 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죽음을 맞이하였다.
일상 속에서 죽음이란 아득하고 믿어지지 않는 운명인 듯 보이지만, 죽음은 삶 속에 그림자처럼 존재하는 실체를 가진 숙명이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그 운명, 그 운명은 너무도 무심해서 때로는 어떤 예고도 없이 잔인한 모습으로 누군가의 삶에 찾아오기도 한다.
이처럼 죽음은 예측할 수도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운명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뇌는 생존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여기며 끊임없이 작동하고 있다. 마치 자신의 노력으로 그 숙명을 피해 갈 수 있을 것처럼. 그러나 누구도 그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생존에 집중되어 소모되는 소중한 삶의 에너지를 그대로 놔두어도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이 땅에서의 한시적이고 제한적이며 불안정한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건설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나에게 있어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내가 발 딛고 서있는 이 땅에 가치를 남기는 것 아닐까?
그 가치란 세상에 드러나는 그 어떤 대단한 것이 아닌, 삶의 순간들 속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작은 가치들일 것이다.
그러나 순간이 쌓여 하루가 되고, 하루가 쌓여 삶이 되기에, 순간의 가치는 삶의 가치가 되고, 그 삶의 가치는 언젠가 거대하고 위대한 가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일상에서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갈 필요는 없겠지만, 때로는 죽음이라는 숙명을 앞에 두고 자신의 삶에 대하여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 이를 통해, 죽음 자체보다는 자신의 신념이나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와 같은 삶의 기초와 기반이 되는 것들로 사고를 전환해 보는 것이다.
생명은 유한하지만, 한 생명이 남기는 소중한 가치는 또 다른 생명들로 이어져 영원히 남는다. 단 하루를 살더라도 나의 존재와 나의 삶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가치를 남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죽음이라는 한계를 넘게 되는 것이다.
일본 영화 '살아있는 모든 것'에서는 안락사를 원하던 한 노년의 남성이 자신을 정신적으로 의지하게 된 담당 의를 위해 안락사를 포기하게 된다.
그 노년의 남성은 고통스럽고 무의미해 보이던 자신의 삶 속에서 하루라도 더 살아가야 할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 과정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그 의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게 된다. 자신이 살아가야 할 이유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삶과 죽음,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