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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약점을 대하는 태도

2025년 03월 05일 수요일

by 손영호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창피(猖披)하다'라는 표현을 간혹 쓰는데, 과연 창피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미쳐 날뛸 '창'에 헤칠 '피', 한자로만 보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표현이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창피’란 ‘체면이 깎이는 일이나 아니꼬운 일을 당하여 부끄럽다’로 정의되어 있다. 순우리말인 ‘부끄럽다’와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부끄럽다’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 ‘일을 잘 못하거나 양심에 거리끼어 볼 낯이 없거나 매우 떳떳하지 못하다’로 되어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숨기고 싶은 약점이 드러나는 것을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로 창피해하거나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아니다.


외모나 특정 상황에서의 신체적 이상 현상 등은 절대로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부끄러움은 그런 것들로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그런 사람들의 몫이다.


사람은 모든 것을 드러내고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무언가를 감추고 통제하려는 생각과 행동 때문에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초래된다면, 과감히 그것을 드러낼 줄도 알아야 한다.


막내 아이의 왼손바닥에는 아직 눈에 띄는 화상의 흔적이 남아있다. 돌이 되기 전에 생긴 상처인데, 아이가 그 상처 때문에 창피해할 것 같아 걱정을 많이도 했었다. 그러나 아이는 그 상처로 인해 위축되거나 문제가 된 적이 없다. 오히려 그 상처를 친구라고 말한다.


무언가를 숨기려 하면 족쇄가 되지만, 솔직하게 드러내면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나아가 그 드러냄을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태도는 그 사람의 선택이고 그 사람의 몫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 사람의 시선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태어나면서 부여받았거나, 살아가면서 발생한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것은 자신의 잘못도 아니며 평가의 대상도 될 수 없기에, 절대로 위축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당당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가 아닌, 창피함이나 부끄러움에 대한 이성적이고 건강한 분별력으로 무장해야 한다.


냉철한 이성이 바탕이 된 분별력은 스스로 단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부분들을 다루고 극복하는 데 있어 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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