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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속 바람

2025년 03월 29일 토요일

by 손영호

봄 햇살 속 불어오는 바람에,

난데없이 평온함이 찾아왔지만,

내면에 차오르는 죄책감이 고개를 가로젓게 한다.


이 순간 불어오는 바람이,

누군가에게는 폭주하는 야수이며,

모든 것을 짓밟는 파괴자일 뿐임을 알기에.


그런 생각과 마음이 무색하게도,

바람은 무정한 표정을 지으며,

불고 또 불어온다.


살갗을 스치는 그 야속한 바람을 느끼며,

고통으로 가득할 그 폐허 속으로,

마음을 옮겨본다.


모든 것이 검게 타버린 전장과 같은 그곳에는,

분명 애타는 마음들이 모이고 모여,

치유와 회복의 씨앗들을 뿌리고 있으리라.


그 씨앗들은 언젠가,

꽃으로 피어나 그 자리를 지키며,

남은 모든 고통과 상처를 감싸 안을 것이다.


그렇게 꽃들의 계절이 피고 지며,

상처와 고통이 달이 삭듯 바람에 날려,

평온함이 바람처럼 스쳐오는 날이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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