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저녁 무렵

2025년 04월 21일 월요일

by 손영호

해가 저물자, 하늘은 부드러운 질감의 푸르름으로 덮이고, 그 위로 잿빛과 분홍빛으로 물든 구름들이 다소곳이 자리를 잡는다.


그 하늘에 빠져 흐르던 발걸음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향기에 이끌려 잠시 멈추었다. 향기를 따라 시선이 멈춰 선 곳에는 라일락이 피어있었다. 다가선 라일락에서 흘러나오는 그 진한 자연의 향기는 너무도 아름답고도 완벽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떼어 다시 길을 걷는다. 바람을 타고 흐르는 새들의 지저귐 소리를 들으며 걷고 또 걷는다. 봄이 키워내고 있는 새로운 생명들에 시선을 던지며 그렇게 계속 걷고 또 걷는다.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새 깊어진 저녁 하늘, 구름 물결 위로 순수함을 품고 밝게 빛나는 별 하나가 흘러간다. 그 별에는 지구의 사막에서 여우와 대화를 나누던 그 어린왕자가 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봄이라는 계절의 저녁 무렵, 그 모든 것이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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