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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善)을 행한다는 것

2025년 05월 09일 금요일

by 손영호

한참 일에 집중하고 있던 시간에 누군가가 찾아왔다. 문을 열어보니 다른 층에 살고 계시는 노부부였다. 무슨 일인지 물었더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몇 가지 일을 처리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해야 할 일들이 있었고, 두 분이 직접 하실 수 있는 일이라는 판단 등으로 양해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차마 도움을 구하는 그 손길을 뿌리칠 수 없었다.


그렇게 할아버지를 모시고 길을 나섰지만, 굳이 이웃에게 이런 일을 부탁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 노부부 입장에서는 그 도움이 절실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부정적 생각과 감정을 몰아내려 노력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런 노력 없이도 기쁜 마음으로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기를 바라지만, 내면적으로 갈등하고 노력해서 어렵게 선택해야 하는 것이 나의 현실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못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걸어가야 할 길을 알고, 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의지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모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오늘 내가 행한 이 작은 일은 그 노부부를 위한 도움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도움이었다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선(善)을 행한다는 것은 표면적으로 타인을 위한 것이지만, 결국 자신에게 선물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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