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7일 토요일
영국 주재원 시절, 어린아이 셋을 데리고 영국 내부는 물론, 유럽 이곳저곳을 많이도 다녔다. 늘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다니다 보니, 사전에 준비해야 할 일들도 많았고, 현지에서도 늘 긴장의 끈을 놓을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여행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 것은 아니다. 늘 설렘과 즐거움, 긴장과 스트레스로 뒤죽박죽 된 느낌이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따뜻하게 미소 짓게 되는 그런 기억들이 많아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주재원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해외여행을 거의 가지 못했다. 여행을 많이 다녀서 그랬을까? 아니면 여러 여건상 해외여행이 어려웠던 것일까? 잘 모르겠지만, 가족들 사이에서 해외여행은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런데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아들이 일본에 가보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처음에는 안된다고 했다. 올해 고 3이 되는 큰 아이의 대입 절차가 마무리된 후에 해외여행을 가기로 계획되어 있었기에 그랬다. 그러나 아들의 집요한 요구에 승낙하고 말았다.
사실 아들이 일본에 가자고 한 말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할머니와의 일본 여행이다. 할머니의 처음이자 마지막 해외여행, 그것이 바로 나와 함께한 그 일본 여행이었다.
그 생각 때문이었을까? 장인장모님을 모시고 함께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로하셔서 걱정이 되는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나에게 가장 위안이 되는 것이 바로 할머니와 단 둘이 함께한 일본 여행이었다. 여전히 후회가 크지만, 그 여행이 있었기에 할머니와의 기억들이 온전한 그리움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알고 있다.
먼 훗날, 아내 또한 헛헛한 가슴을 안고 노을 진 하늘을 바라보는 그런 날이 올 것이다. 그때 아내의 헛헛한 마음에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라며 이번 여행을 결정했다. 물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기억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여행은 때로 그렇게 삶에 큰 의미가 된다. 그 의미는 서로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며, 그 사랑의 기억은 삶의 여정에 있어 때로 위안과 힘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