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

2026년 2월 8일 일요일

by 손영호

오랜만에 가족들과 영화관에 다녀왔다. 영화를 보며 팝콘과 탄산음료를 먹어서 그런지 다들 저녁 생각이 없는 듯했다. 아내도 오늘 저녁은 그냥 넘겼으면 하는 눈치였다.


어찌할까 고민하던 중 청국장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언젠가 한 번 끓여보고 싶었지만, 늘 아내에게 부탁했었다. 그러나 오늘은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여러 레시피를 확인하고 아내와 함께 재료를 준비했다. 재료는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 청국장, 돼지고기, 무, 다진 마늘, 대파, 청양고추, 김치, 두부, 들기름, 조미료 정도였다.


나는 청국장을 좋아한다. 할머니 덕분에 청국장의 맛을 안다. 그러나 그 맛을 본 지가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수많은 식당에서 그 맛을 찾으려 시도해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했었다.


그래서 청국장을 끓이는 내내 바랬다.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그 청국장의 맛이 나기를.


두부와 대파를 넣고 청국장이 완성될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그리고 수저에 조금 담아 맛을 보았다.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그 맛을 드디어 찾았다. 맛을 본 아내의 반응도 좋았다. 아이들은 내일 맛볼 것이다.


나는 가끔 가족과 그 누군가를 위해 청국장을 끓일 것이다. 그리하여 나 또한 그들에게 깊은 사랑의 맛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


아아마도그것이 내가 누군가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것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매거진의 이전글아름다움의 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