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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영호 Feb 16. 2024

별리(別離)

2024년 2월 16일 금요일

오늘 큰 아이가 입학하게 될 고등학교에서 기숙사 합격자 발표가 있었고 다행히 아이의 이름이 명단에 있었다. 이제 2주 후부터는 평일에 큰아이를 볼 수 없게 된다.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주말이면 집으로 돌아올 텐데 왜 그런지 벌써 허전하고 슬픈 마음이 든다.


오래전 주재원 부임을 위해 공항에서 가족들과 헤어지던 순간에 느꼈던 감정이 떠오른다. 당시 부임지에서 3개월간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었고 아이들이 어렸던 시기라서 공항에서 발 길이 떨어지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아이도 입소를 하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된다. 고등학교 1학년의 나이에 가족과 떨어져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집 생각도 날 것이고 다른 친구와 방을 같이 써야 하니 여러모로 불편한 점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 기숙사 수칙 등으로 여러 제약도 있을 것이기에 일정 부분의 자유 또한 박탈될 것이다.


그러나 기숙사 생활이 아이의 학업은 물론 정신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당연했던 것들에 대해 감사하게 될 것이며 가족의 소중함이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족이 아닌 타인과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며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울 것이다.


앞으로 몇 명의 룸메이트를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성격과 기질이 다른 친구들과 지내다 보면 고단한 일들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를 만나든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때로는 상대에게 양보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물론 무조건 상대를 배려하고 양보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자신 또한 타인으로부터 존중받는 법을 배워야 한다. 부당하고 불합리한 부분이 있으면 의사를 명확히 표현할 줄 알아야 하며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갈등을 예방하고 풀어가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학업과 대학진학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아이가 학교생활을 통해 사람들 속에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향후 3년간의 학교생활을 통해 아이가 인격적으로 성장하고 지혜로워지기를 소망한다.


[마태복음 22:36-39 선생님 율법 중에서 어느 계명이 크니이까.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너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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