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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영호 Feb 14. 2024

작은 수고의 가치

2024년 2월 14일 수요일

오래간만에 늦잠을 자고 있는데 아들이 나를 깨운다. 늦게 일어나 농구클럽 차량을 놓쳤다며 차로 데려다 달란다. 일어나기 힘들었지만 바로 몸을 일으켜 아이와 함께 농구장으로 이동한다. 이동 중 대화는 별로 없었지만 서로에게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오늘따라 아내가 많이 피곤해한다. 나 또한 왠지 만사가 귀찮은 하루이지만 싱크대를 보니 설거지 거리가 많이 쌓여있다. 몸을 일으켜 싱크대로 이동하여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시작한다. 주방의 식기들을 정리하고 쓰레기도 버린다. 내친김에 환기도 하고 청소기도 돌린다. 내 등 뒤로 아내의 고맙다는 말이 들려온다.


엘리베이터에서 표정에 날이 서있는 한 아저씨를 만난다. 나도 인상을 쓰고 싶지만 먼저 인사를 건넨다. 상대가 고개만 까딱이지만 그것으로 족하다. 같은 상황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 그 사람도 자연스레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이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저녁 10시쯤 학원에서 메시지가 온다. 테스트 기준 점수에 미달하여 재시험을 봐야 한다고. 아이가 공부에 소홀한 것 같아 화가 날 수 있다. 그리고 학원 차량을 이용하지 못하니 데리러 가야 한다. 아내에게 웃으며 드라이브를 가자고 한다. 아이를 나무라지 말자고 한다. 아이에게 연락이 온다. ‘엄빠 주려고 붕어빵 샀어.’ 학원에 도착하니 길에 서서 붕어빵을 맛있게 먹고 있는 아이가 보인다.


일상에서의 작은 수고들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치를 만든다. 그런 수고들이 쌓이고 쌓이면 삶에 변화가 생기고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 길어진다.


[마태복음 22:36-39 선생님 율법 중에서 어느 계명이 크니이까.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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