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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영호 Feb 27. 2024

선행

2024년 2월 27일 화요일

어제 오전에 큰 박스 하나가 엘리베이터 바닥에 놓여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택배 아저씨가 층별로 배달하다가 엘리베이터를 놓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오후에도 그 박스는 엘리베이터 바닥 같은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관리실에 연락을 할까 하다가 그냥 지나쳤다.


저녁에 아내와 함께 아들아이 학원 라이딩을 다녀와서 주차를 하려다 보니 자리가 없었다. 아내와 아들을 먼저 내려주고 빈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주차장을 살피며 다녔다. 간신히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는데 박스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였다.


집에 들어오니 아내가 엘리베이터에 있던 박스에 대한 얘기를 한다. 아들이 호수를 확인하더니 5층이라며 그 집에 가져다주자고 했다는 스토리다. 아들은 문 뒤로 할아버지가 나오시는 것을 보고 박스를 집 안까지 옮겨주고 왔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아들에게 무한 칭찬을 해주었다. 한편 늘 친절한 이웃이 돼야 한다고 말하던 내가 창피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어렸을 때 했던 비슷한 일들에 대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동네에서 길을 가다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무거운 짐을 들고 가면 자연스레 다가가서 집까지 짐을 들어드리던 그런 기억들.


그 당시에 그런 일들은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었지만 오늘 아들의 친절과 선행은 너무도 귀하게 느껴진다.


아들은 나의 칭찬에 “나니까”라며 미소 지으며 반응했고 그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부디 오늘 느꼈을 그 뿌듯함이 세월이 흘러서도 아들의 그 따뜻한 마음을 지켜주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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