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귀연 판사 스스로 사법개혁 열차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판결.
“선생님, 이거 불공평해요!”
담임교사로 학생들과 1년을 교실에서 지내다 보면 ‘판사’ 역할을 자주 하게 됩니다. 18년 차 초등교사이자 9년 동안 6학년 담임을 맡은 경험이 있는 제가, 학생들에게 가장 듣지 말아야 할 이 바로 불공정에 대한 문제 제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3월 첫 만남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을 안내합니다. 다음으로 함께 지켜나갈 약속을 정합니다. 규칙을 어길 때 어떤 책임이 따르는지, 어떤 경우에 예외를 적용할지 함께 논의합니다. 많은 부모님께서 아시다시피 약속과 규칙은 정하기는 쉬우나 꾸준히 그리고 일관되게 적용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 일관성과 꾸준함을 지켜나갈 때 비로소 학생들은 교사의 판단과 말을 신뢰합니다. 학생의 신뢰는 단지 내가 교사라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을 일으켰습니다. 이진관 판사의 판결문에서 볼 수 있듯, 이는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며 국민 전체의 삶을 위기에 빠트릴 수 있는 가장 중대하고 심각한 범죄행위입니다. 이를 막은 것은 목숨 걸고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일부 정치인, 부당하고 위법한 명령에 저항한 일부 경찰과 군인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 내란 우두머리에 대한 처벌을 이미 약속했습니다. 사형 또는 무기징역. 자신의 잘못을 부정하고 국민을 우롱하며 반성도 사과도 없는 윤석열에게는 아무런 감경 사유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사형을 선고했어야 마땅하지만, 지귀연 판사는 계획이 허술했고, 물리력 행사나 실탄 소지를 찾기 어려웠으며, 범죄 전력이 없고, 오랜 기간 공무원으로 재직했다는 점 등을 감경 사유로 내세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내란에 대한 허술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는 국민 절대다수의 상식과 법 감정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부정의하고 불공정합니다. (부디 이 허술한 인식을 지적하고 잘못된 판결을 비판하는 판사의 목소리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지귀연 판사 스스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산산조각 낸 셈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은 3월이 되면 사회시간에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 중 권력분립(삼권분립)을 배웁니다. 입법-행정-사법. 저는 이것을 주로 자동차에 비유해서 가르칩니다. 법률을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입법부는 핸들. 방향이 정해지면 힘차게 나아가는 행정부는 악셀. 지금 가는 방향과 속도가 맞는지 확인하는 사법부는 브레이크. 여기서 학생들에게 묻습니다. “셋 중 뭐가 망가질 때 가장 위험할까?” 답은 매년 비슷합니다. “브레이크!” 맞습니다. 핸들이 고장 나고 악셀이 고장 나도 우리는 차를 멈추면 됩니다. 큰 사고를 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브레이크가 고장 나면 큰 일입니다. 차를 안전하게 멈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가 가장 위험합니다. 브레이크를 새 걸로 바꾸지 않은 채로 이 자동차를 또 탈 사람이 있을까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이런 위험을 언제까지 감수해야 할까요? 지금 당장 고장 난 브레이크를 새 걸로 교체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