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 교사의 인권침해(?) 이야기
글쎄올씨다.
교육부의 비책, [분리조치]. MBC100분 토론에서 2023년 대한민국 10대 사건 3위(2위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1위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였다)에 꼽힌 일명 서이초 사건의 결과 중 하나다. 수십만 교사들이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한덩어리가 되어 수십일을 외쳐대고, 9월 4일에는 공교육 멈춤으로 파업을 감행하여 얻어낸. 새롭게 내놓은 생활지도 고시안에 따라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는 학교의 생활규정을 손봐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관련 내용을 널리 알렸다. 그럼 이제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문제행동 학생으로부터 나머지 학생은 예전보다 더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현장 교사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글쎄올씨다.'하는 반응이다. 그 이유는 크게 2가지.
하나는 이 분리조치를 학생이 거부할 경우, 교사는 여전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5학년 사회 시간에 반복해서 문제행동을 보여 교사가 주의를 줬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는 학생이 한 명 있다고 해보자. 예를 들어 리코더를 계속 분다거나, 옆자리 학생의 책이나 책상에 색연필, 싸인펜으로 낙서를 계속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결국 분리조치를 시행하기 위해 교무실로 연락을 한다. 교장이나 교감선생님이 분리조치를 하러 수업 중인 5학년 교실에 도착했다. 문제 행동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분리하러 온 교감(혹은 교장)은 해당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나오라고 지시한다. 이 지시는 그냥 말뿐. 따르지 않으면 그만이다. 나는 이런 경우 교감이나 교장이 해당 학생을 물리력을 동원해 강제로 끌어서라도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수업중이다. 언제 해당 학생에게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타이르거나 혼내고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스워지는건 결국 어른의 몫이 되는 경우가 많기에, 그 잔상은 나머지 학생들의 뇌리에 깊이 남기에, 정말 그런 생활규정이 있고, 보호자도 학생도 이를 알고 있다면 실제 규정대로 이뤄지는걸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은 정말로 그 규정이 존재함을 피부로 느끼기 때문에.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교감이나 교장 혹은 수업중이던 교사가 오히려 쩔쩔매고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 그 규정은 바로 유명무실해진다.
두번째는 수업 중인 교사가 교장이나 교감에게 분리조치를 요구하기가 매우 난감하고 껄끄럽다는 점이다. 특히 초등교사의 경우 학생들은 70~90%의 수업을 담임교사와 함께 한다. 대다수 담임교사들이 자신의 반 학생을 두고 교감이나 교장을 불러 분리조치를 요구하는 행위를, 마치 스스로의 능력부족으로 해석하는 경우를 매우 자주 본다. 그래서 어떻게든 교사가 어르고 달래거나 혼내고 윽박질러서 수업에 참여시키고 수업을 이어가려 한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실제 교실에 비상버튼을 설치한 학교도 있다. 이 학교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버튼을 누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마음고생이 뒤따르는지 절절히 알 수 있었다. 이런 현상(?)은 단지 초등교사들이 착하거나 순진해서라고만 볼 수 없다. 안타깝게도 교감이나 교장의 태도에서 비롯한 경우가 많다. 교감이나 교장도 분리조치를 원하는 학급이 적을수록 본인이 편하다. 그렇기에 분리조치 요구를 자주하는 교사와 한 번도 하지 않은 교사를 비교하는 것은 물론이고, 연말 다면평가나 다음 학년도 업무부장 편성과 희망 과정에도 이를 반영시킨다. 결국 모든 과정을 짊어지고 모든 책임도 떠안는건 담임교사다.
적어도 유아학교와 초등학교에서 교장은 아직도 매우 큰 권한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교장을 움직일 수 있는건 교육청과 교육부다. 비록 자신의 라떼 시절 봐왔던 교장과는 심하게 다른 역할과 책임을 요구받아도 대놓고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만큼 2023년 서이초 투쟁-공교육 멈춤은 거대했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친 교육부에게 교사들은 앞으로 더욱 거세게 요구하길 요구받고 있다. 집회와 투쟁과 파업만이 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대화와 타협으로 생활지도도 가능하고 아동학대 신고도 예방하며 교육정책도 결정하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우리는 그래서 더욱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쉬운 길이 아니라 어려운 길이기 때문에.